미 카터 후보의 국방비 삭감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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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외교정책보다도 국내정책에 관한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민을 제외한 다른 나라 사람들로서는 역시 각 후보의 외교정책과 안보관이 어떠냐 하는데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민주당 후보로 지명될 것이 확실시되는「카터」전「조지아」주지사의 대외정책이 어떤 것인가 하는데 대해서는 우리를 포함한 많은 나라 사람들이 궁금증을 느끼고 있다.
그의「워싱턴」선거 사무소가 배포한 정견발표문 가운데 우선적으로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지금은 고립주의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라고 한 귀절이다.
비슷한 발언으로서 그는『국가간의 상호의존은 불가결하며, 미국은 불가피하게 국제사회에서의「리더쉽」을 발휘해야 할 뿐 아니라, 동맹국과의 관계를 다시금 강화해야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이 말대로 한다면「카터」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대외정책에 별다른 후퇴는 없을 것 같다. 더구나 5월24일자「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에 실린「인터뷰」에서 그는『대소관계에 있어서는「데탕트」를 추구하되, 보다 강경한 협상 상대가 되겠다』고 천명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점으로 보아「카터」후보는 일부 환상적「데탕트」논자나 무책임한 자유주의자들과는 생각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 점은 그의 국방문제 보좌역이라는「폴·니츠」씨가 SALT틀 악용한 소련의 핵 전력 증강추세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핵 전력과 핵 저장 시설의 강화를 주장하는 인사임을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폴·니츠」나「브르제진스키」같은「카터」측근자들이「키신저」외교를 비난하는 까닭은 그의 대소「데탕트」가 소련의 일방적인 이득만을 가져왔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일부 내포하고 있는 만큼, 「카터」를「리건」의 대극으로 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카터」발언의 일부를 이루는 그의 국방비 삭감론과 해외주둔 미군의 감축론이다. 미국의 국방예산을 70억 내지 80억「달러」나 감축하겠다고 한「카터」후보의 주장은, 미군에는 전투에 직접 관련되지 않은 지원부대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그런 요소를 줄이면 예산을 상당히 삭감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해야 할 것이다. 그밖에도 미군에는 현재 장성과 제독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 숫자도 줄여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소 양국의 현재의 군사비지출을 비교해 볼 때 그 삭감한 만큼의 재원을 실제 전력증강에 투입한다면 또 모르되, 그렇지 않다면 미국병력의 저하를 어찌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말의 불안이 없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소련은 해마다 군사비를 대폭 증강하고 있는 판국인데, 미국의 군사비지출의 수준을 현상유지는 고사하고 대폭 삭감한다는 것은『강경한 대소협상자세』의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재의 국제정세 하에서 해외주둔 미군을 섣불리 감축한다는 논의는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군이 서「유럽」과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까닭은 공산주의자들의 침략과 침략위협을 막아내기 위해서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 위협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은 미국 자체의 세계전략과 직결된 전초기지 구실을 하고 있다. 만일 모든 것이 미해결인 채로 남아있는 이들 지역에서 미군이라는 균형자만을 쏙 뽑아 내면 그만 이라는 식의 견해가 혹시라도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단견임을 면할 수 없다. 「카터」후보는 물론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감축을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우리는「미국의 지도적 책임」과「동맹국과의 유대강화」그리고『대통령의 일의적인 책임은 국가안보』임을 강조한「카터」후보의 확정적인 대외정책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님을 믿고자 한다. 해외주둔 미군의 분쟁예방기능과 균형자적 구실에 대해 보다 정확하고 확고한 인식을 촉구해 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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