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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 특수·전투부대 배치 곧 실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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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들도 최전선에서 싸울 권리가 있다.”
“여군들을 전투부대에 배치하지 않는 건 성차별이다.”

군대 안에서도 금녀(禁女)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세계 각국이 ‘여군 전투부대 배치 금지 규정’을 폐지하거나 재검토하고 있다. 선데이타임스 등 영국 언론들은 6일(현지시간) “육군이 여성들의 군복무 기회를 늘리고 사회의 일반적인 남녀평등 기준에 맞추기 위해 여군의 전투부대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터 월 영국 육군 참모총장은 지난주 육군 잡지 ‘솔저 매거진’에 “육군이 여성들에게도 열려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전투부대 배치를 신중하면서도 조심스럽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영국은 유럽연합법에 따라 2018년까지 여군 전투부대 금지 규정을 재검토해야 한다. 영국군은 무기를 소지한 일부 여군을 간호병·엔지니어·정보장교·전투기 조종사로 최전선에 배치하고 있다.

해군은 최초의 여성 잠수함 요원들을 선발해 훈련시키는 중이다. 하지만 육군은 복무 중인 7500명의 여군을 근접 거리에서 적군을 직접 죽여야 하는 최전선 전투부대에는 배치하지 않고 있다.

2010년엔 여군 전투부대 배치 방안이 검토됐다가 무산됐다. 살벌한 전쟁터에서 수개월 간 남성 장병들과 함께 먹고, 자고, 전투를 벌이는 게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들 거란 우려가 컸다. 남성 장병들이 위기 상황에서 부상당한 남성 전우보다 여성 전우를 챙김으로써 부대 결속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혹독하기로 유명한 육군 보병부대의 체력 검정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지난해 1월 여군 전투 임무 배치 금지 규정을 앞서 폐지한 미국에서도 해병대 지원 여성의 55%가 체력 검정에서 탈락했다. 특히 상체 근력을 측정하는 풀업스(철봉에 매달려 팔굽히기) 심사에서 많이 떨어졌다. 미 해병대 보병 장교를 지원한 여성 지원자 14명 중 통과자는 아무도 없었다.

미 국방부는 1994년 여군을 포병과 보병, 기갑병 등 전투병과에 배치하지 않는 규칙을 만들어 시행해오다 성차별 논란이 일자 금지 규정을 폐지했다. 2011년엔 여군의 잠수함 복무를 허용했다. 여군들은 임신하면 수개월 간 물속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과거 잠수함은 금녀(禁女)의 공간이었다. 미군은 총 140만명으로 이 중 14%인 23만7000명이 여군이다.

현재 호주·캐나다·프랑스·독일·네덜란드·덴마크·노르웨이·이스라엘은 여군들을 전투부대에 배치하고 있다. 여성들도 의무적으로 군 복무를 해야 하는 이스라엘의 경우 여군 전투병 비율이 2.5%에 이른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은 여군들을 대거 전투부대에 배치했다. 탱크부대엔 여성 소대장이 있었고 여성 전투기 조종사들은 3개의 여성 비행연대에서 활약했다. 인내력과 침착성이 뛰어난 여군들은 저격수로도 큰 전과를 올렸다.

현재 한국군에는 여군 장교 4006명과 여군 부사관 4648명이 있으며 국방부는 지난 2월 육군 3대 전투병과인 포병·기갑·방공 병과에 올해부터 여군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동안 여군 대부분은 법무·경리·수송 등 행정 병과를 맡았다.

이정헌 기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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