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대체와 자본효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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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상적으로 보면 개발도상국의 공업화는 결국 가능한 한계까지 부단히 수입대체를 이룩하고 국산화를 촉진하여 경제의 자급 도를 높이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국내공업화 과정도 이런 방향에서 추진되어 왔고 이 방향은 앞으로도 달라질 수 없을 것이다.
개도국의 수입대체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들은 대체로 그 유형이 비슷하다. 자본과 기술상의 제약이 먼저 지적될 수 있고, 적정한 규모의 시장이 문제되기도 한다. 또 특정단계에 가면 대외적 균형의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고 수입대체를 효율적으로 수용하는 제반 사회간접자본 내지 경제의 하부구조와의 연 관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산화의 노력에 때때로 저지요인이 되기도 하는 이런 일반조건들은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정태적 요인들이다. 이런 요소들은 적절히 대응하는 정책노력만 유효하면 상당부분은 극복될 수 있는 것들이다.
국내경험으로도 과감한 수입대체 정책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상기한 저지요인들은 교차적으로 현재화되었지만 중간재 내지 자본재산업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극복되었다. 이미 경공업이나 소비재공업에서 거의 성공적인 수입대체가 이루어진 것은 수출증대와 균형을 맞춘 정책노력의 성과라 하겠다.
4차 계획을 눈앞에 두고 이제는 자본재와 중화학공업에서도 본격적인 수입대체가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때임이 분명하다. 실제로 화학공업 등에서는 이미 상당수준의 진전을 보인 부문도 없지 않다.
이 시점에서 특히 강조되어야 할 것은 자본재의 수입대체는 경공업의 경우보다 훨씬 더 세심하고 치밀한 계획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효율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자본투하의 방대함에 비해 기술이나 규모의 경제성으로부터 오는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제약들은 쉽게 대처하기 어려워 자본이나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을 초래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대외균형을 교란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 전형적인 실례를 우리는 남미제국의 수입대체 과정에서 볼 수 있으며 특히 자동차 공업에서 두드러진다.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국제시세에 비해 2배 이상이나 비싼 국산자동차의 경우는 이와 다를 바가 없다. 시장규모의 한계와 규모의 경제를 위한 대량투자가 겪는 갈등은 결국 해외시장의 안전판이 존재하지 않는 한 해소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높은 자본「코스트」와 낮은 가동률이 빚어내는 생산원가부담은 경쟁력을 저하시킴으로써 대외수요도 기대하기 어렵다. 기술적인 애로도 해외경쟁력을 제약하는 큰 요인이 된다. 더욱이 최근에는 석유화학에서 보듯이 원자재의 제약도 증대되고 있다.
자본재산업의 한인대체가 비효율적일 경우, 그 부담은 결국 국내수요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본재의 국산화는 소비재산업과는 다른 각도에서 그 효율성과 시장성, 그리고 국제경쟁력을 세심하게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는 수입대체 투자의 선별과 계열화를 통해 이룩되어야 한다. 국산화 정책의 장기적인 목표는 궁극적인 중화학공업 수입대체에 두되, 접근하는 방식은 국내산업과의 연관 효과나 시장규모·자본비용·기술개발의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자본효율이 높은 부문부터 단계적으로 이룩해 나가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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