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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국가 위협하는 소 함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자유세계의「내해」로 존속했던 태평양이「크렘린」팽창주의의 새로운 사냥터로 변모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
「나호트카」와「블라디보스토크」를 본 거로 하는 소련 태평양함대의 전함은 1970년부터 이미 인도양에까지 모습을 나타냈고 남으로는「필리핀」근처의「카롤린」군도, 동으로는 일본 동쪽 3백「마일」의 양상에까지 작전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렇듯「아시아」대륙과 중동을 포위하다시피 하고 있는 소련해군력의 순항은 일단 유사시에 동「아시아」와「유럽」에 대한 「아랍」석유공급 로를 차단하자는 데에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동지나해 이동에 있어서의 소련해상작전의 주요목표는 미국 서해안의 공군기지 파괴와 태평양에 자리잡은 미 해군력의 격파, 그리고 일본의 무력화 내지 중립화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아세안」제국과 대양주의 방위력을 약화시키고 이들이 미국이나 중공과 가까워지는 것을 막자는 계산도 곁들여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전략은 결국 태평양에서의 군사적 우위에 바탕 해 미·중공·일본·「아세안」·대양주 국가들로 하여금 소련의「아시아」집단 안보 안에 동조하도록 만들려는 정치적 저의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를 위해 지난 10여 년 사이에 「크렘린」은 태평양 함대의 공격능력을 급격히 증강시켜 왔다. 그 결과 오늘날에는「크레스타」급의 순 양함을 비롯, 사정거리 3백「마일」의「샤도크」형 대 잠수함「미사일」과「귄터」급 유도「미사일」함, 그리고 40척의 원자력잠수함까지 갖추었다는 소식이다.
작년 4월의「오케안」작전 때 나타난 바에 의하면 소련 태평양 함대는 태평양상의 일본의 석유·식량수송로와 그것을 엄호하는 미-일의 함정은 물론 미7함대의 항공모함을 일시에 공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뿐만 아니라 극히 최근에는 6백t급「드니에프르」정보 함을 일본의 방총반도 근해에까지 접근시켜 해상정보활동을 강화함으로써 일본 해상자위대의 대준 기동연습을 방해했다고도 한다.
소련이 이처럼 일본근해와 한국의 동해에 관심이 많은 까닭은 이 해역이 태평양으로의 진출의 관문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대한해협과 종곡·진경을 합친 3개의 관문을 거치지 않고서는 태평양으로 들어갈 길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해역에 대한 대체 초계작전과 제해권학보는 미국과 태평양지역 전체의 안전보장과 직결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 최근 이러한 해상관문의 중요성에 착안하여 그 방어에 알 맞는 고성능「캡터」어뢰를 개발한 것은 썩 잘한 일이다.
그러나「럼스펠드」미 국방장관의 보고서가 지적했듯이 서 태평양의 해상안전은 현재의 미 해군 수준으로는 완벽하게 지키기에 부족하다. 미국의 해군력 전체와 7함대의 전력증강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 일본해상자위대의 역할도 보다 효율화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최근에 와서는 중공의 인민일보나「뉴질랜드」의「멀룬」수상, 호주의「프레이저」수상 및 일본방위 청 당국도 태평양에서의「크렘린」전력증강에 대해 공통의 우려를 표명한바 있다.
중공과의 협력까지는 물론 생각할 수 없는 일이로되, 일본·대양주·「아세안」제국이 미국과 더불어 공동의 태평양안보대책을 숙 의해야 할 필요성만은 시급하다.
미 의회 일부와 일본의 일부 조야 인사, 그리고「아세안」각 국의 대소 수 교파가 등한시하는「크렘린」의 태평양진출에 비상한 대응책이 강구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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