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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준 학생기자의 로봇대회 도전기] ⑤ 미션 임파서블, 로봇게임단 '로:빛'과 접선하라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1 로봇 댄스공연을 보고 있는 팀 RGB 멤버들. 2 박건우 로:빛 휴머노이드 팀장이 김서준 학생기자가 도착하기 전 교수님과 찍은 단체사진에 김군의 모습을 감쪽같이 합성해줬다. 왼쪽부터 로보쌤 이종환, 노석규·백태현·김군, 박일우 광운대 로봇학과 교수, 정의욱 로:빛 주장.
김서준 학생기자

‘로보티즈’에서 ‘똘망’을 만나고 온 뒤, 저희 ‘팀RGB’의 사기는 날로 높아졌어요. 이 기세를 몰아 국내 최초·최강의 로봇게임단인 광운대 ‘로:빛(RO:BIT)’ 형들을 만나기로 했답니다. 박일우 지도교수님도 찾아뵙고요. 지난 동계올림픽 때 선수들을 응원하는 로봇 동영상, 많이 보셨을 거예요. 김연아 선수도 흉내내고 걸그룹 댄스도 추던 걸요. 그런데 춤은 부록이고요, 2006년 공식 창단한 뒤 100여 개가 넘는 국내외 로봇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었대요. 그걸 실제로 보게 되다니! 지난 금요일, 저는 기숙사 대항 체육대회와 오케스트라 연습도 빼먹고, 제주공항으로 달려갔지요.

기자 인생 최악의 지각사태

그런데 저희가 예약한 에어부산 비행기에 문제가 생겼어요. 그 날 아침 김해공항에 낀 안개 때문에 출발이 지연돼 한 시간 반 넘게 연착한다는 겁니다. 급히 다른 항공사를 수소문해봤지만, 단체 여행객이 많아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어요. 불안·기대·분노·체념…. 온갖 감정들이 지나가는 동안, ‘스타워즈’ 생각이 간절했지요. 제다이는 ‘워프’라도 할 텐데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교수님과 꼭 단체사진을 찍어두라고 부탁했어요. 궁금한 것도 대신 여쭤보고요. 명색이 소중 학생기자인데, 기껏 섭외한 분을 인터뷰도 못 한다는 게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찔끔 났지요. 노트북에 로봇키트, 캐리어까지 끌고 광운대에 도착했을 땐, 오후 9시가 넘은 시각이었어요. 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더군요. 다 가버렸을 줄 알았는데, 불빛이 환한 거예요. 로:빛 주장 정의욱 형이 “11시 넘어서도 연구하고 있으니, 천천히 오라”고 할 때는 설마 했죠. 다들 놀고 싶은 금요일 밤인데, 진짜?

서준군이 만든 집게와 캐터필러를 바탕으로 확정된 스콜피온 디자인.

로봇들과 밤새 달리는 거야?

두 시간 전에 도착한 석규와 태현이는 삼십 명이 넘는 형들과 한참 친해져 있었어요. 어지간한 차 한 대 값이라는 로봇도 직접 조종해 보고, 선반과 공구들이 잔뜩 늘어서 있는 공작실도 들어가 봤대요. 천하태평 태현이는 물론, 무뚝뚝한 석규마저 입꼬리가 귀에 걸려 있었어요. 녀석들, 의리는 있어서 댄스공연은 꾹 참고 남겨놓았더라고요. 내 맘, 알지비? 저흰 10시 반이 지나서야 연구실을 나왔어요. 그것도 형들이 마저 연구하고 조금이라도 쉬려면 저희가 집에 가야한다고, 엄마들이 억지로 끌어낸 거였답니다.

로:빛을 지도하는 박일우 교수님은, 카이스트 오준호 교수님 연구실에서 국내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함께 만든 분이래요. 식사도 거르고 일하고 밤낮으로 회의를 하시는데, 그 날도 밤샘회의 때문에 먼저 인천으로 떠나신 거였답니다. 따로 전화를 드리니 신신당부를 하셨어요. “로봇을 잘하려면 성실해야 해. 대회 나간다고 절대로 학교 공부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단다.”

로봇 바꿔 조종하며 상·하체 디자인 결정

토요일 아침 일찍, 팀RGB는 다시 창천초등학교에 모였어요. 이종환 감독님은 자기 로봇에 집착하던 팀원들에게 상대방의 로봇을 바꿔 조종하도록 하셨죠. 누가 운전해도 점수가 나오도록 하체를 확정짓겠다는 생각이셨대요. 놀라지 마세요. 속도는 좀 느려도 잘 넘어지지 않는 제 캐터필러가 최종선택됐답니다. 멋진 장식보다 단순한 집게, 빠른 옴니휠보다 안정적인 캐터필러! 자타공인 로봇영재인 두 친구들이 적잖이 실망한 눈치였어요. 실은 저도 깜짝 놀랐죠. ‘구멍’을 담당하던 제가 두 주 연속 최고득점을 하고, 상·하체 디자인을 모두 만들다니요. 어찌 보면 꼴찌라서 오히려 팀에 도움이 됐나 봐요. 하드웨어를 잘 만들기 힘들어서 기능적인 구조만 남기고 최소화했고, 운전이 미숙하니 매일 두 시간씩 연습할 수밖에 없었죠. 저도 하는 걸 ‘에이스’ 친구들이 못할 리 없잖아요. 어쩌면 저희 스콜피온이 세계대회에서 일을 낼 지도 모르겠어요. 가장 단순하고 안전한 방법, 기본에 충실하면서요. 너무 빤한 멘트인가요? 근데 그게 진리인 걸요. 똘망과 로:빛의 메시지는 오직 그것뿐이었어요.

김서준 학생기자(NLCS제주 4학년)

<로보쌤의 원포인트 레슨> ⑤로봇의 ‘두뇌’ 컨트롤러

“철수는 엄마의 로봇이야.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거든.” 소중 독자 여러분은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예컨대 철수가 무언가를 더 알고 싶어 자기 스스로 공부하면 자율적(自律的)인 거고요, 엄마나 선생님이 무서워서 억지로 하면 타율적(他律的)인 거예요. 타율적인 사람은 로봇처럼 남이 조종하는 대로 살 수밖에 없지요.

로봇의 각 부분에는 ‘액추에이터’가 있는데, 여기에 적절한 명령을 내려 움직이는 걸 조종이라고 합니다. 아직까진 사람의 뇌만큼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사람이 로봇을 대신해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요. 벡스 아이큐도 게임기처럼 생긴 ‘컨트롤러’를 이용해 “앞으로 가” “집게 내려” “공을 잡아”와 같은 명령을 내린답니다.

그런데 지난 시간 살펴본 ‘똘망’은 좀 달랐죠. 센서를 통해 장애물 위치를 파악하고 닫힌 문을 여는 등 스스로 움직입니다. 이런 로봇이 더 진화하면 원자력발전소 폭발처럼 위험한 상황에서 소방관을 대신해 사고를 수습할 수 있는 거죠. 로봇을 사랑하는 어린이 여러분,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언젠가는 인류를 구하는 로봇 친구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이종환 (서울 창천초등학교 교사, 사단법인 한국과학발명놀이연구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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