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브라부스가 개조한 엔진, 완성차서 사용 … 튜닝은 고부가가치 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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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동의 대표적 ‘부자 도시’ 두바이에선 경찰차도 남다르다. 지난해 말 도입한 순찰차의 최고 속도는 시속 240㎞, 최고 출력은 700마력에 달한다. 도시 이미지를 위해 경찰차도 수퍼카를 쓴다는 전략에 따라서다. 이 순찰차의 뼈대는 메르세데스-벤츠의 G63 AMG다. 하지만 차 앞에는 벤츠의 상징인 삼각별 대신 알파벳 B가 붙어 있다. 벤츠를 전문적으로 튜닝하는 업체인 브라부스의 상징이다. 이 회사가 튜닝한 벤츠 세단은 ‘벤츠 위의 벤츠’라 불리며 4억원이 넘는 가격에 팔린다.

 세계 최대 튜닝업체인 독일 브라부스의 오늘은 튜닝이 그저 차를 개조하는 단순한 작업이란 선입견을 깬다. 규모 면에서 브라부스는 웬만한 완성차 업체를 압도한다. 독일 본사는 11만2000㎡ 부지에 엔진 공장과 연구소는 물론이고, 시험용 주행장까지 갖췄다. 이미 세계 106개국에 진출했다. 브라부스의 특기는 엔진 튜닝이다. 이 회사의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매니저인 크리스토포 디에츠는 “지난해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소개한 브라부스 850 V8 엔진(850마력, 145토크)은 여러 수퍼카의 엔진으로 쓰인다”고 말했다. 완성차를 개조하는 수준을 넘어 튜닝 업체의 엔진을 완성차가 가져다 쓴다는 얘기다.

 회사의 시작은 단순했다. 창업자인 보도 부시만은 벤츠 딜러의 아들이었다. 흔한 벤츠가 아닌 자기만의 벤츠를 타고 싶었던 그는 1977년 튜닝 업체를 설립했다. 브라부스가 개조한 벤츠는 중동 부자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79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첫 대량 주문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브라부스는 재규어·랜드로버 등을 전문 튜닝하는 자회사 스타텍도 소유하고 있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도 커 모든 제품에 대해 3년 또는 10만㎞ 보증을 한다.

 자동차 튜닝은 자동차에만 그치지 않는다. 브라부스는 고급 인테리어 기술을 바탕으로 2000년대부터 요트와 헬기·비행기 내부 튜닝으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튜닝이 거꾸로 완성차 판매를 이끌기도 한다. 1990년대 혼다 시빅은 미국에서 ‘튜닝하기 좋은 차’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청년층 판매가 급격히 늘어났다. 브라부스의 한국 지사 격인 아승오토모티브그룹의 서지훈 이사는 “미국의 튜닝 시장 규모가 35조원, 독일이 23조원이라는 얘기를 처음 들으면 감이 잘 안 오지만 브라부스 등의 업체를 보면 튜닝 시장의 잠재력을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튜닝 시장 규모는 5000억원 선으로 추정된다. 권석창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기획단장은 “튜닝 시장이 활성화하면 중소 부품업체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도 생긴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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