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균 목사(서울감천 교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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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성서에 이런 교훈이 있다. 『내 형제들아, 너희는 선생 된 우리가 더 큰 심판 받을 줄을 알고 많이 선생이 되지 마라!』
지도자는 사람의 책임이 큼을 말한 것이다. 왜냐하면 지도자가 되면 그만큼 말을 많이 해야 하고, 말을 많이 하면 그만큼 말에 대한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항간에 흔히 「예수 장이는 말 장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말은 잘 하는데 행함이 따르지 않는다는 뜻으로 결코 명예로운 호칭이라곤 할 수 없다.
나 자신도 직업상(?) 말을 많이 하게 되는데 내가 한 말과 나 자신의 행동사이에 있는 엄청난 거리를 발견하고 스스로 부끄러워 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공자도 『위로 하늘을 보아 부끄러움이 없고 굽어 땅을 보아 부끄러움이 없음은 군자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라고 말했지만, 하나님과 사람 앞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이야말로 참으로 떳떳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인지는 몰라도 이런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다.
어떤 교회에서 목사님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설교를 하고 있는데 그 목사부인이 살림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다짜고짜로 강단 위로 올라오더라는 것이다. 목사님은 『여보 부인, 어쩌자는 것이요? 보따리를 이고 강단으로 올라오느냐?』면서 당황했다.
그때에 목사부인의 대답이 걸작이다.
『강단에서 설교할 때에는 당신이 천사 같은데 집에 돌아와서는 너무도 나와 아이들을 못살게 볶아대니, 아예 강단에서 살림을 차려 놓읍시다』라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을 들을 때 얼굴이 화끈 달아 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아직 내 아내가 보따리를 이고 강단에 올라오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되는 한가지 고민이 있다. 그것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나의 언행이 일치하지 못하는 데서부터 오는 고민이다.
다른 사람은 가르치되 스스로를 가르치지 못하는 고민, 다른 사람에겐 바르고 참된 삶을 말하되 스스로는 그렇게 살지 못하는 고민…. 그것이 목사로서의 내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이다.
이러한 모순과 부조리, 그리고 이율배반적 삶에서 헤어나 보려고 무척 노력하고 애쓰나 뜻대로 되지 않아 늘 괴로움을 당하고 있다.
『아, 나는 괴로운 사람입니다. 누가 나를 이 모순의 심연에서 건져줄 것입니까?』하고 몸부림치던 「바울」사도의 심정이 다시금 새롭게 느껴지기만 한다.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고 하신 예수님의 교훈 앞에서 진정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해 보기도 한다.
『진정한 목사는 말로 설교하는 사람이 아니요, 생활로 설교하는 사람』이라고.
이것은 비단 목사의 경우뿐만 아니라 적어도 남을 지도한다는 사람들이 다 함께 반성해 보아야 할 중요한 명제가 아닌 가도 싶다.
이 땅위에 정의와 진리를 외치는 자는 많다. 하지만 외치는 말의 내용대로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것 같질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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