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찌개·짜장면 … 한식 포함 놓고 의견 분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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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나 햄, 떡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지난달 대학로의 한 부대찌개 식당에서 핀란드 아가씨, 틸리 산나(25)는 즐거워했다. 2년 만에 서울을 다시 찾은 그녀는 가장 먹고 싶었던 한국 음식으로 부대찌개를 꼽았다. 파란 눈의 아가씨가 즐겨 먹는 부대찌개의 사연은 사실 슬프다. 6·25전쟁 직후 고기가 귀하던 시절, 미군부대에서 나온 소시지나 햄버거 고기를 김치와 함께 끓인 음식이다. ‘존슨 찌개’ ‘의정부 찌개’라고도 했다. 뉴욕타임스도 지난 1월 24일 “햄이 들어간 부대찌개가 한국의 인기 음식”이라고 소개했었다. 그렇다면 부대찌개는 한식인가.

한식 전문가들 사이에 실제로 부대찌개 논쟁이 있었다. 한편에선 “태생이 천한 잡탕을 한식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고 다른 편에선 “매운 국물에 햄·소시지를 넣어 만든 우리 고유의 맛”이라고 주장한다.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는 “이국적 재료지만 김치와 함께 우리 조리법으로 만든 부대찌개는 한식”이라고 말했다.

부대찌개는 최근 음식계에서 벌어지는 ‘어디까지가 한식인가’를 둘러싼 논쟁의 한 소재다. 그런데 이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보통 한식은 ‘오랜 세월 우리 문화에서 꽃피워 온 전통음식’으로 여겨진다. 법의 맥락도 비슷하다. 식품산업진흥법 2조에 따르면 한식은 ‘국산 원료를 주재료로 우리 고유의 맛·향·색을 내는 식품’이다. 법에 따르면 부대찌개의 경우 햄·소시지는 국산이어도 ‘우리 고유의 맛·향·색’에 걸린다.

세종대왕 시절 김치를 생각해보자. 당시 주종은 동치미나 오이 김치였다. 그러다 조선 후기 중국 산둥(山東)성의 결구 배추와 고춧가루를 주원료로 한 김치가 시작됐다. 그게 오늘날 우리가 먹는 김치다. 세종 시절을 기준으로 하면 오늘날 김치는 ‘한식’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산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선 ‘한식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란 질문에 김치(63.3%)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한식 세계화 지원’ 차원에서 예산 지원을 받은 ‘교촌치킨’은 브라질 닭도 쓴다. 식품산업진흥법에 따르면 이 닭으로 만든 교촌치킨은 한식인가 아닌가.

한식을 정의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최근의 추세는 한식을 전통에 가두지 말자는 쪽이다. 요리 칼럼니스트 정동현(31)씨는 “한국 땅에서 난 재료로 만들고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다면 다 한식”이라고 주장한다. 이미숙 박사도 “조상 고유의 방식으로 만든 음식이란 정의는 애매하다”며 “한국인이 향유하는 모든 음식은 한식”이라고 말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주영하 교수는 “김밥·짜장면에도 한국형이란 이름을 붙여 한식의 일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통한식과 현대한식으로 구분하자는 의견도 있다. 아직 한식이 무엇인지 정의는 없다. 한식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한식이 뭔지조차 아직도 애매한 것이다.

임지수 인턴기자 sapere_aud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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