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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환영의 글로벌 인터뷰

'예수 전쟁' 부른 책 『젤롯』의 저자 레자 아슬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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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환영
김환영 기자 중앙일보 실장
김환영
논설위원

책 한 권이 ‘예수 전쟁’을 촉발했다. 캘리포니아대(리버사이드)의 레자 아슬란 교수가 쓴 『젤롯(Zealot)』이다. 예수가 ‘독립운동가·사회혁명가’라고 주장한 이 책은 지난 여름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보수·진보 기독교 논객들의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자리에 등극했으며 25개 국어로 번역됐다. 세계 주요 매체들이 앞다투어 서평을 실었는데, 뉴욕타임스는 서평과 칼럼을 각각 2회 게재한 것으로 모자라 저자 인터뷰까지 내보냈다.

복음주의 기독교를 믿다가 이슬람으로 전향한 아슬란 교수는 하버드대 신학석사, 캘리포니아대(샌타바버라) 종교사회학 박사다. 최근 우리말 번역본 출간을 계기로 그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젤롯』 내용의 차별성에 대해 말해 달라.

 “예수에 대한 기존의 학술적 이해와 큰 차이가 없다. 학술 성과를 일반인들에게 전달한다는 게 다른 점이다. 이 책은 ‘혁명가’ 예수와 그의 시대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의 시대는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지 않은 시대였다. 예수가 한 말이 그 시대 사람들에게 어떤 정치적 함의가 있었는지를 정리했다.”

 -학문적으로 예수에 대한 아주 다양한 해석들이 있다. 어느 쪽이 예수의 참모습인지, 판단 기준은 뭔가.

 “예수가 살았던 시대를 통해 그를 정의하고 이해하는 게 최상의 방법이라고 본다. 예수가 다윗의 왕국을 복원할 메시아였는지, 하느님의 아들인지, 하느님 그 자신인지, 어느 쪽이건 예수는 그의 시대의 산물이다. 당시 사람들은 메시아를 고대했다. 수많은 사람이 스스로 메시아라 주장했다. 우리는 1세기 유대의 그 많은 메시아들 중에서 오로지 예수만을 기억한다.”

 -기독교가 세계 종교가 됐기 때문인가.

 “그렇다. 다른 메시아 그룹과 달리 예수의 제자들은 유대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예수의 메시지를 선포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예수의 사회적 가르침도 너무나 새롭고 놀라웠다.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며, 부자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 하느님 나라의 백성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혁명적이었다.”

 -책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그들의 반발을 샀을 거라고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극우파’ 기독교인들과 마찰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다수 기독교인은 ‘책 내용에 모두 동의하지 않지만, 그 덕분에 예수를 바라볼 새로운 눈이 생겨 신앙이 더 굳건해졌다’는 e메일을 보내오고 있다. ‘역사 속 예수’에 대해 잘 몰랐는데 『젤롯』을 읽으면서 ‘예수는 하느님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종교 간 갈등보다 종교 내 갈등이 더 심하다.

 “그렇다. ‘근본주의적’ 유대교·기독교·이슬람 신자들은, 이 3대 일신교의 주류 신앙인들보다는 자신들끼리 공유하는 게 더 많다. 그들의 공통점은 역사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온건한 신앙인은 역사와 신앙을 편안하게 조화시킨다.”

 -역사를 알고 믿음이 엷어지기보다 역사를 모르지만 신앙심이 두터운 게 낫지 않을까.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신앙인이 역사로부터 위협을 느낄 필요도 없고 역사를 피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기독교의 근본 신앙은 예수가 100% 인간이자 100% 하느님이라는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예수는 인간이었다’는 말의 의미를 다룬 『젤롯』은 ‘근본주의자’를 위한 책이다. 예수의 ‘때와 터’를 모르고 인간 예수를 이해할 수 없다.”

 -이 책에 반감을 지닌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상당수 신앙인이 역사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혹시 역사가들이 그들의 신앙을 공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 충돌할 이유가 없다. 신앙인과 역사가의 질문은 다르다. 신앙인의 관심은 ‘무엇이 가능한가(what is possible)’이다. 역사가의 관심은 ‘무엇이 가능성이 높은가(what is likely)’이다. 예수의 동정녀 탄생에 대해서 ‘가능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가능성이 낮더라도 동정녀 탄생이 가능한가’라고 묻는다면 답은 ‘그렇다’이다. ‘동정녀 탄생의 가능성은 없다’고 누가 주장해도 신경 쓸 필요 없다. 세상이 가능성을 낮게 봐도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게 신앙인이 아닐까.”

 -종교란 무엇인가.

 “종교란 신앙을 표현하고 신앙에 도움을 주는 상징이자 은유다. 종교와 신앙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둘은 다르다. 종교는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유대교·기독교·이슬람을 믿는 게 아니라 하느님을 믿어야 하는 것이다. 종교 때문에 발생하는 분쟁은 신앙과 종교를 같은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김환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