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새정부 파워 엘리트] "모임에 모르게 끼어 대상자 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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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인사 추천 작업을 맡은 청와대 정찬용(鄭燦龍.사진)인사보좌관은 27일 '일에 대한 열정'이 노무현(盧武鉉)대통령 인선의 가장 주요한 기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사 청탁에 대해선 "능력에 비춰 비슷한 자리로 옮겨달라는 것 외에는 청탁"이라고 규정한 뒤 "부당한 청탁을 해올 경우 반드시 당사자에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鄭보좌관과의 일문일답.

-가까이서 지켜본 盧대통령의 고위직 인선 기준은 무엇인가.

"일에 대한 패션(열정)이다. 얼마나 뜨거운 마음을 갖고 일에 임할 수 있는지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다. 예를 들면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 김화중(金花中)보건복지.권기홍(權奇洪)노동.이창동(李滄東)문화관광부 장관 등이 그런 대표적 사례로 대통령이 직접 이름을 거론한 경우다. 역량이 10인 사람이 5를 할 수도 있고 5인 사람이 6을 해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주로 누구에게서 1차 인사 추천을 받나.

"조각 때는 인터넷, 인수위 분과위 추천 등의 공식 시스템이 있었다. 이와 함께 청와대 내부의 수석들이 많은 정보를 제공해준다. 특히 서울 인맥에 밝은 분 2명에게서 정례적으로 조언을 듣고 있다. 부지런한 마당발들이어서 중앙 무대의 인맥을 꿰고 있는 분들이다."

-새 정부의 고위직 인선 회의는 누가 주축인가.

"문희상(文喜相)비서실장이 주재하며 나와 유인태(柳寅泰)정무.문재인 민정.박주현(朴珠賢)국민참여.이해성(李海成)홍보수석 등이 정식 멤버다. 하지만 홍보수석은 필요한 사안일 때만 참석한다. 국가안보.국방.외교.경제.정보과학기술 보좌관이 사안별로 참석해 조언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선 과정은.

"교육부총리 인사였다. 지지부진해 욕도 많이 먹었지만 정말 심혈을 기울였다. 대구에 아침 일찍 직접 내려가 윤덕홍(尹德弘.당시 대구대 총장)교육부총리를 만났다. 2시간 동안 얘기해 보니 '됐다, 이 사람이다'는 생각이 들더라. 상경 직후 대통령께 보고했더니 '그러라'고 바로 지시하더라. 아직 총장과 장관의 역할 구분이 안돼 어려움을 겪지만 곧 적응할 것으로 본다."

-어떤 식으로 후보들과 인터뷰하는가.

"밥도 먹고 술도 함께 먹어봐야 사람을 안다. 때로는 심기를 건드려 보기도 한다. 당사자가 여러명과 함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모르게 끼여 그 사람의 면모를 관찰하기도 했다. 대부분 잠행을 하다 보니 내 성격조차 변하는 것 같다. 세번이나 집에 찾아갔는데 고사한 경우도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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