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취재시스템] 불리한 정보 기자접근 봉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행정기관 사무실 방문취재 전면금지를 골자로 한 새 정부의 언론 취재시스템이 27일 공개됨에 따라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통보된 내용에는 등록만 하면 출입이 가능한 개방형 기자실과 뉴스 브리핑제 도입 등이 포함됐다. 과천청사는 재경부와 법무부가 위치한 청사에 각각 60평과 40평의 2개 브리핑실과 기사전송실(1백20평)을, 세종로 종합청사에도 브리핑실과 기사전송실을 운영한다는 게 잠정안이다.

조영동(趙永東) 국정홍보처장은 "브리핑 제도가 실시되면 기자들이 사전에 예고 없이 사무실 방문을 열고 공무원들을 만났던 종전의 취재방식은 금지된다"고 말했다.

이는 각 부처가 비판받을 수 있는 정보에 대해선 기자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선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요하면 사전에 공보관에게 연락해 약속을 잡고 만나면 된다"는 趙처장의 설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보관을 통해 만날 경우 취재원이 곧바로 노출되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선뜻 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趙처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방문 취재 금지'에 대해 "말이 안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런데 스스로 입장을 뒤집은 셈이 됐다. 결국 이창동 문화부 장관의 방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이는 청와대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는 후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이 같은 언론취재 시스템은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밑그림이 그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는 언론시장에도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이라는 국정원리를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계가 메이저와 마이너로 나눠진 것은 정보의 편중에 큰 원인이 있다"며 "권력과 언론의 유착도 바로 편파적인 정보 제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모든 언론사는 앞으로는 정보가 공평하게 제공되는 환경에서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게 새 정부의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새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방침에 대해서는 당장 영향력이 큰 언론사를 인위적으로 약화시켜 언론계를 통제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언론학자들도 이번 조치로 인한 혼란과 부작용을 우려했다. 오택섭(吳澤燮)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는 "공무원들이 기자를 안 만나겠다면 국민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대변인을 통해 취재하라지만 실제 대변인이 모든 것을 알 수 없어 추측.오보를 낳는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또 최창섭(崔昌燮)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문화부의 새 취재시스템과 관련해 이미 많은 비판이 있었는데 이렇게 강행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런 조치가 언론 길들이기의 의미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이수호.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