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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꽃게 달아났나 … 포격 뒤 어획량 반 토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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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금수호 선원들이 지난 2일 서해 소청도 인근 어장에서 건져올린 그물 속 꽃게들을 털어내고 있다. 배 위에서 분류된 꽃게들은 대청도에 도착하자마자 여객선에 실려 인천 연안부두로 실려갔다. [소청도=김성룡 기자]

지난 2일 오전 10시 서해 소청도 인근 바다. 꽃게 어장인 이곳에서 7.9t 어선 금수호가 크레인으로 그물을 들어올렸다. 전날 꽃게를 잡고 다시 쳐둔 그물이다. 계속 빈 그물이 올라오더니 끝 쪽에 꽃게가 몰려 올라왔다. 그러나 최원조(61) 선장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꽃게가 생각만큼 많이 잡히지 않아서다. 3시간 동안 14개 그물을 들어올려 잡은 꽃게는 모두 650㎏. 북한의 포격 전날인 지난달 30일 1.25t을 잡았던 것에 비하면 반 토막이 났다. 최 선장은 “포격 다음날인 1일에도 오늘만큼밖에 잡지 못했다”며 “포성과 진동에 꽃게가 다른 데로 달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금수호가 조업한 장소는 지난달 31일 북한이 옹진반도에서 쏜 포탄이 떨어진 바다에서 그리 멀지 않다.

 서해 5도에서 본격 꽃게잡이철이 시작됐다. 하지만 어획량이 예전 같지 않다. 어민과 전문가들은 포격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임양재(51) 박사는 “물속은 지상에 비해 소리 전달이 빨라 폭발음에 꽃게 같은 생물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특히 알을 품는 시기여서 포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청도 강신보(57) 어민회장은 “봄 꽃게는 서해 5도 어민들 연간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포격 때문에 큰 손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잖아도 포격전으로 31일 하루 조업을 못해 서해 5도 어민들은 어선 척당 수백만원씩 손해를 봤다. 금수호에서 꽃게를 잡은 어부 윤기옥(56)씨는 “북한 위협 때문에 안개 낀 날에 조업을 못 하게 해 숫자가 줄어든 꽃게를 잡는 날마저 감소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청도·소청도=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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