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카타르」토후국의 풍요한 인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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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카타르」토후국은 우리 나라 경기도보다도 작은 나라지만 땅 속의 면적은 무한대로 뻗쳐 있는 듯, 석유가 한없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서울 「도하」의 시민들은 활기에 차있으며 「이슬람」교 사원에서 「스피커」로 울리는 「코란」의 낭송소리는 신앙의 노래라기보다 삶의 기쁨을 노래하듯이 들린다.
서민들이 사는 「슬램」가의 여인숙에 들어있는 나를 어떻게들 알고 여러 사람이 찾아 왔다. 이 여인숙주인 아들 「칼리드」군이 처음 한국사람을 만난다고 하더니 이웃사람들에게 알린 모양이다. 모두들 서로 자기 집에서 쉬자고 하면서 잡아끄는 바람에 기쁜 비명을 울려야 했다. 이들의 사랑에 보답하려면 숫제 나의 몸을 나누어 가지라고 하는 「솔로몬」의 지혜를 쓸 도리밖에 없었다. 오래 이 나라에 머무른다면 차례로 초대를 받으면 이들의 환대에 보답하게 되겠지만 여정관계로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것이 못내 서운했다.
여기서 사귄 여러 사람들은 이 나라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으며 여인숙 주인의 아들 「칼리드」군은 자기 나라를 소개하는 많은 책자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순전히 땅속에 묻힌 지하자원의 덕택으로 부유하게 살건만 자기들 자신이 개척한 것처럼 무척 자랑하고 있었다.
이것은 이 나라 사람들의 공통된 자랑인데 딴은 행운의 자랑에 지나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석유로 흥청거리지만 이 나라의 석유 개발은 영국 「유럽」 미국의 1천 여명의 기술자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으며 노무자로서도 이 나라 「카타르」사람은 극히 적고 「이란」「파키스탄」 인도 「발루치」「아프리카」들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하니 순전히 이권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며칠 동안 이 나라에 머무르며 여러 사람들과 친해 졌기에 민간친선 외교로서의 진실한말을 해드렸다. 『그전 「볼리비아」 여행 때 이 나라가 지하자원은 많으면서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하기 때문에 「볼리비아」를 「황금의자에 앉은 걸인」이라고 비유하는 것을 들었는데 어쩌면 당신들의 나라 「카타르」가 이런 말을 들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라고 했더니 모두들 정색을 하고 나를 뚫어지게 보는 것이었다.
여인숙에 모인 여러 사람들이 자기 나라가 자꾸만 부강해진다고 자랑하던 터에 내가 느닷없이 이런 말을 하니까 청천벽력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이날 밤의 일이다. 여인숙 방에서 문헌을 정리하고있는데 어떤 사람이 찾아왔다. 『저는 「이라크」사람인 약사인데 이 여인숙에 아까 들었습니다. 숙박부를 보니 한국에서 온 김씨여서 반가와서 찾아왔습니다. 제가 미국에 유학했을 때 사귄 한국인 친구가 바로 김씨이기 때문에 더욱 반가왔습니다』하는 인사말을 하고는 『한국사람을 만나 뵈니 먼저 떠오르는 것이「아리랑」입니다.
내 친구인 한국인 김씨가 나에게 가르쳐준 노래인데 참 좋은 노래이거든요』하며 다짜고짜로 부르지 않는가. 초면에 이렇게 흥분하는 사람은 그리 많이 보지 못했지만 이「이라크」사람은 한국인 나를 만나는 것이 그의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무척 기뻤던 모양이다. 「페르샤」만의 조촐한 여인숙에서 우리 나라 민요 「아리랑」이 들린다는 것은 정말 이국정서가 넘치는 일이다. 그는 어찌나 반가와 하는지 말하면서 연방 나의 손을 잡곤 했으며 옛「바그다드」의 나라 사람으로서 무슨 큰 감흥이 떠오르는지 『현대판 「아라비언·나이트」를 꾸민다면 한국인과 그 민요들의 이야기가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하며 우리 나라를 예찬해 마지않았다. 우리들은 밤늦게까지 무릎을 맞대고 여정을 나누었다.
이 나라에 들어올 때는 「비자」가 없어 혹 쫓겨나지나 않을까 하는 큰 모험을 했지만 무사히 들어와 많은 친구를 사귀었으며 우정어린 대접을 받으니 이보다 더 큰 행운이 어디 있으랴. 나라 땅은 비록 작지만 이웃사랑은 어떤 나라 보다도 큰 것이 아담한 「카타르」토후국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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