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조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봄을 「산불의 계절」이라 하긴 하나 상춘행락의 「시즌」에 접어들기가 바쁘게 요즘 또다시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식수기간으로 한편에선 열심히 식수를 하고 있는데도 다른 한편에선 산불이 일어나 애써 심고 가꾼 나무들을 순식간에 수십만 그루 씩 태워버리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는 일이다.
특히 등산객들이 산으로 몰려드는 휴일 치고 산불 몇 건 안 나는 날이 없을 정도이며, 올 들어 이미 지난 10일까지만도 벌써 3백14건의 산불이나 막대한 피해를 보이고 있다. 산불 건수는 작년에 비해 배가 넘으며 피해면적은 5백80㏊나 되어 작년의 3배가 넘는다고 하니 시급하고 강력한 산불방지대책이 있어야 하겠다.
내무부가 15일, 산불이 나서 피해가 심할 때는 해당지역 행정책임자를 문책하고 산화 범은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할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산불예방 특별대책을 지시한 것도 이 때문이라 하겠다.
산림청은 올해 3월1일부터 5월말까지를 춘계산화예방기간으로 정하고 산불방지를 위해 각 산림청직원과 각시·도 산림관계자들로 하여금 특별경계와 순찰을 강화케 하는 한편 새마을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마을단위순찰 제도도 실시하고 있으나 산불은 더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 산불의 40%는 등산객들이 버린 담뱃불 꽁초 때문이거나 아니면 취사중 부주의에서 일어나는 것이 18%나 된다고 한다. 이외에 어린이들의 불장난, 밭두렁 태운 불이 옮겨 불이 일어난 것이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불은 입산자들의 부주의로 인한 실화에 기인한 것이다.
치산연화사업의 가장 큰 저해요인이며 식수의 성과를 회신케 하는 산불도 요컨대 사람들이 조금만 더 주의를 하면 대부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을 모두가 명기해야 하겠다.
산불이 등산 「시즌」에 가장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감안, 내무부가 인산통제구역을 확대하고 인산자의 인화물질휴대를 단속하며 취사 등을 지정된 휴식장소에서만 하도록 한 것은 만부득이한 조치다.
우리는 해방 후 약 90억 그루의 천문학적 숫자의 나무를 전 산림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산지에 심었고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이 시작된 73년 이후 작년까지 약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으며 금년에도 약5억7천만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식수 방법의 잘못과 병충해·도벌·산불 등으로 우리 산의 입목축적 비율은 세계 평균의 10%에 불과하여 부끄러울 만큼 형편없이 낮다.
나무를 심는 것도 필요하고 중요하나, 더 중요한 것은 심은 뒤에 잘 가꾸는 일이다. 사후관리가 잘못되면 아무리 심어본 들 별효과를 못 거둘 것은 분명치 않은가.
말할 것도 없이 산림자원은 단순한 목재공급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위생·환경자원이자 방사·방풍·관광자원이기도하며 유실수 등 소득증대자원이기도 하지 않는가. 따라서 산에 나무가 많다는 것은 우리의 잘 살고 못사는 것과도 깊이 유관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산불에 대해 너무나 무방비 상태였다. 아직도 감시탑은 고사하고 감시원 하나 없는 산이 태반이고, 실화를 위한 특수장비도 거의 없으니 이에 대한 조치가 시급히 취해져야 하겠다.
산화범을 엄중히 다스리는 것도 물론 필요하나 이와 함께 적극적인 계몽활동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등산객들이 깊이 반성하여 푸른 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산불을 조심하는 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