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을 없애자|「철조망없는 사회」는 불가능한가|종합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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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도둑을 없애는 길은 무엇보다도 정직하게 사는 풍토조성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릴때부터 철저한 가정교육으로 도덕적인 양심을 길러주고 착하고 참되게 사는 건실한 생활태도를 익히게 해야하는것.
『바늘도둑이 소도둑된다』는 속담처럼 어릴때의 사소하게 훔치는 버릇을 방치하는데서 큰도둑의 도벽이 싹트게되기 때문이다.
얼마전 서울 S국민교에서 아동들을 상대로 조사한 「앙케트」에 마르면 남의 물건을 자기의것으로 하려는 버릇은 빈곤이라는 가정환경보다도 주위의 환경과 부모의 태도에 따라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것으로 드러났다.
이조사에서 남의 물건을 가로챈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아동은 조사대상 60명중 35%인 21명. 이 가운데는 남의물건을 가지고 집에 갔을때 『부모로부터 출처를 추궁당하지 않았다』 고 밝힌 아동이 73%인 15명. 심지어 『부모가 훔친물건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대답한 아동이 3명이나 됐다.
자녀를 보호하고 통제하는 가정교육의 불충분으로 양심의 발달이 지연될때 도벽은 동심에서부터 뿌리를 내리게 되는것.
심리학자 장병림 교수(서울대문리대)는 부모나 교사가 아동들에게 참되게 살도록 가르쳐도 실제 사회에 나왔을때 참된것만으로는 살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됐을 때는 많은 정신적 갈등을 겪게된다고 지적, 『부모는 물론 사회 성인들이 청소년들에게 바르게 사는 모범을 보여줘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도범의 예방을 위해서는 건전한 사회기풍 조성과 함께 범인의 검거·엄벌·전과자의 갱생보호대책이 필수적이다.
서울지검 소매치기 전담반 김호세 검사는 도둑이 「빵을 위한 좀도둑」에서 「치부형 전문도둑」으로 계보와 조직이 변모해 가는 상황에서 수사원 개개인의 양심과 사명감에 의존,수사할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김검사는 『수사당국의 기능이 조직·기동화 돼야하고 수사비현실화와 장비보강등으로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수사원 양성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도범 소탕기간을 설정, 일시적으로 집중단속하는 방법은 조직적인 도범을 지하에 잠복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오고 실적의주의 경쟁때문에 수사의 졸속화를 빚게 된다고 우려했다.
조직적인 상습절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장물아비를 먼저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치안본부 제1부장 이질섭치안감은 절도범은 대부분 장물아비가 키우고있다고 지적, 장물사범에대한 처벌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장물아비는 도둑에게 사전 거사자금을 대주고 생활비를 보태주며 경찰에 잡히면 뒷수습까지 맡고 있다는것.
그러나 도범이 잡혀도 장물아비를 잘 대지않는데다 증거를 잡기가 힘들어 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다.
자수한 도둑에 대한 관용시책도 문젯점이 되고 있다. 가벼운 처벌을 받고 나온 출소자 가운데는 생계가 막연한데다 심리적 소외감으로 재범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
출소자에 대한 갱생보호의 손길이 보다 실효를 거두자면 교도소를나와 갈곳 없는 범죄자들에게 일터를 주고 배운 기슬을 활옹하도륵 보도하는 사회적인 배려가 있어야 한다. 전과자에게 지나치게 냉혼하고 각박하기만한 사회상에도 도범발생에 대한 책임이 있다.
서울소년원에서는 행형사상 처음으로 지난해8월 수용증인 원생 김모군(16)을 서울시내 모고교 1학년에 취직시킨데이어 같은해9월19일에는 다시 5명을 고교1, 2학년에 취학시켰었다.
변호사 권순영씨는『비행소년들에 대한 이같은 교육적처사는 전국10개 소년원에 모두 확대실시, 한때의 잘못을 뉘우치게하고 진학과 학업계속의 기회룰 주는것이 재범방지를 위해 바람직한일』이라고 말했다.
도둑을 없애기 위해서는 사법적인 대책못지않게 전과자나 비행청소년에 대한 사회복지적인 장기치료가 철저해야한다. 이와함께 단기적인 대책으로는 도둑은 반드시 잡혀 중벌을 받게된다는 실증을 정착시키는 것이중요하다.<금창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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