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뒤범벅된 「스포츠」해설…축구의 『롱·클리어런스』등 지나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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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 TV는 지난 4일 한국축구「팀」이 「이스라엘」에 3-1로 석패하는 장면을 중계했다. 어떤 사람은 석패의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이스라엘」선수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날 TV중계를 보면 패배의 원인이 다른 데에도 있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게 한다.
즉 각종 경기에서의 외래어로 뒤범벅이 된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언어구사는 국어순화라는 문제 외에 결국 체육진흥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날 「비하인드·차징」「어드밴티지」「롱·클리어런스」「바운딩」 등 50여개의 어려운 외래어가 반복적으로 사용되었다.
유식한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유창하게 구사하는 외래어는 일반 시청자뿐 아니라 축구에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는 축구「팬」들에게도 역겨움을 주지 않았을까.
「스포츠」는 대중 속에 있고 대중의 성원에 의해 신장되기 때문에 「스포츠」의 후원과 열의를 키우는데 필요한 언어는 대중의 언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이것은 자주성을 논하기 이전의 상식적인 문제다.
이러한 비상식적인 「스포츠」중계방송은 야구에서도, 농구에서도, 그리고 거의 모든 경기에서 늘 저질러지고 있고, 그래서「스포츠」는 대중의 것이라기보다는 배우거나 감상하기 어려운 특수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상을 짙게 하여 「스포츠」에 대한 열의와 성원과 참여의식을 높이지 못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번의 참패는 「스포츠」진흥에 역행한 방송의 전통적 운영태도에도 어느정도 원인이 있다고 풀이된다. 방송국은 다시 한번 영국 BBC방송국 「아나운서」들의 언어순화의 공적을 되새겨야하고, 「스포츠」해설자의 「스포츠」진흥에 대한 책무가 얼마나 막중한가를 깨달아야 할 것 같다. 윤용<고대교수·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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