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소규모 모임용 문화공간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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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낭비는 고사하고 생필품을 앞에 두고도 지갑 열기가 쉽지 않은 불경기다. 하지만 돈 쓰기 무섭다고 집안에만 웅크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별로 맛있지도 않은 밥 한끼 먹고 쫓기듯이 찻집을 전전하며 몇 만원씩 날릴 바에야 이 돈으로 모임을 보다 의미있게 꾸려나가는 게 어떨까.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는 소규모 모임을 위한 강좌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다.

부엌 회사와 화장품 회사 등 여성들을 주 고객으로 한 몇몇 기업들은 소모임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잠재적 고객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각종 프로그램을 주선하기 때문에 실비만 받거나 아예 무료다. 이런 곳을 잘만 활용하면 비교적 싼 값에 값진 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부엌가구 업체인 넵스가 운영하는 리베뉴홀(02-512-8809)이다. 서울 삼성동 넵스 전시장 3층에 있는 리베뉴홀은 개관 초기엔 강좌를 먼저 마련한 후 신청자를 받는 문화센터식 프로그램을 주로 했다.

하지만 최근엔 열다섯 명 내외의 신청자가 모임을 의뢰하면 성격에 맞는 프로그램을 주선해주는 소모임 수시 기획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여고 동창 모임이나 부부 동반 모임 등을 자체적으로 구성한 후 강좌를 의뢰하면 넵스의 기획자가 참가자 연령.예산.취향에 맞는 강좌를 추천해준다.

신청자가 아예 프로그램을 찍어서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해 열린 살사 댄스 강좌는 40대 중반의 부부 10 쌍이 과목을 지정해 요청해왔다. 넵스는 리베뉴홀을 무료로 빌려주고 프로그램 진행을 도와줬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 70만원의 강사료는 참가자들이 강사에게 직접 건넸다.

프로그램의 종류에 따라 비용에 차이가 나지만 운영 방식은 기본적으로 똑같다. 참가자들은 강사료와 실비만 낸다.

같은 와인 강좌라고 해도 식사를 하면서 하느냐, 아니면 안주만 놓고 하느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 하지만 요리나 꽃꽂이 등 웬 만한 강좌는 1인당 5만원 정도면 할 수 있다.

살사 댄스나 와인 강좌처럼 기본적으로 돈이 좀 들어가는 프로그램이 부담스럽다면 무료 메이크업 강좌를 들을 수도 있다.

화장품 회사인 태평양의 뷰티지원팀(02-779-4465)은 수도권인 경우 직장 내 동호회든 한동네 사는 주부들의 모임이든 요청만 있다면 달려가 메이크업 강좌를 해준다.

한사람씩 피부관리실로 불러놓고 화장품을 강매하는 게 아니라 모임이 있는 곳으로 직접 전문가가 찾아가 강의한다. 현장에서 화장품 판매는 일절 하지 않는다.

4월 초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여는 엔프라니 애비뉴(02-6740-1324)도 여성들이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문화생활 공간이다.

화장품 브랜드인 엔프라니가 여성들이 선호하는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곳으로 1년 내내 무료 테마 스쿨이 계속된다. 소모임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은 없지만 여성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들을 수 있는 다양한 강좌가 마련돼 있다.

미용 스트레칭과 직장인을 위한 자세 교정.이미지 메이킹.와인 강좌 등은 예약만 하면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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