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귀화」 막게 국어 유지책 강구"|조영주 신임 재일 거류민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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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자신을 「총화 단장」이라고 부르는 조영주 신임 재일 거류민단 단장은 앞으로의 임기 3년 동안 할 일이 너무 많다고 서두를 꺼냈다. 조 단장은 60만 동포가 살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라는 곳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북괴의 사상 공격 및 선전 기지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민단 측이 할 일을 헤아릴 수 없다고 말했다.
금년 10월로 민단 창단 30주년을 맞게 되고 조총련과의 관계에서 중대한 시점에 조 단장은 10년 전 단장직을 지낸데 이어 다시 중책을 맞게됐다.
-40만 단원을 이끌고 앞으로 해야될 일부터…
조 단장=재일 동포 사회는 앞으로 3년간이 제일 중요하다. 동포들의 민생. 제2세의 민족교육, 법적 지위 등 권익 옹호에 힘쓰겠다. 이 같은 기본 과제 외에 ▲한일 친선 협회, 한일 의원 연맹 등과도 적극적으로 접촉, 한국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일본 사람들을 한국에 많이 보내는 사업 ▲조총련 사회를 파고드는 일 ▲재일 동포들의 재산을 모국에 반입하는 문제 ▲후배 지도자 양성 등 할 일이 많다.
-민단의 강화책은 무엇인지?
조 단장=「일하는 민단」「움직이는 민단」으로 만들어 조총련에 대항하겠다. 현재 5천개에 이르는 민단 조직을 더욱 확대하고 젊은 간부를 훈련, 이론과 행정 실무를 겸비시켜야겠다. 조총련 동포들의 모국 방문 사업을 더욱 적극 추진하기 위해 일본 각계 인사로 구성되는 모국 방문 추진 위원회도 만들 셈이다.
-10년 전 단장 시절과 지금과는 교포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으리라 믿는데….
조 단장=10년 전에는 민단 측이 수동적, 조총련 측이 능동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입장이 그 반대가 됐다.
-교포의 2세, 3세 후에 재일 동포 사회는 어떻게 변화하리라고 보는가?
조 단장=3세쯤 되면 조국에 대한 관념이 흐려지게 마련이다. 배타적 민족 감정으로 일본에 귀화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방치할 수는 더욱 없다. 이런 의미에서 언어·역사 교육을 통한 민족 교육에 철저해야할 것이다. 「언어 귀화」는 모국을 잊어 가는 첫 단계이므로 교포 사회에서 한국어 유지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동경=김경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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