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감정 미묘해진 불 정부|말썽된 미 대사-불 야당 당수 오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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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통화위기 등으로 불안한「프랑스」정국에 최근「케네드·러쉬」주불미국대사가 「프랑솨·미테랑」사회당 제1서기와 오찬을 한 사건은 큰 파문을 던지고 있다.
오찬소동은「자크·쉬라크」수상이 각의를 마치고 나오다가 노기 띤 어조로『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말함으로써 발단됐다. 「미테랑」은 『「쉬라크」는 머리가 돌았다』고 즉각 응수, 상호인신공격으로 발전된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프랑스」정부가 즉각 미국에 공식항의를 제기하느냐 또는 5월17일로 예정된「지스카르」대통령의 방미를 취소하느냐의 문제까지 유발, 이 점심사건은 분명히 시기를 잘못 택했다는 뒷공론이「파리」의 정가와 외교계에 나돌게 됐다.
이처럼「쉬라크」수상이 신경을 곤두세운 배경에는 최근「나토」군사령관으로 있는 미국의「헤이그」장군이『서구의 어느 나라든 간에 공산당이 정권에 참여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이를「키신저」와「포드」에 의해 재확인함으로써 미국의「유럽」내정간섭논의를 한바탕 일으킨 소란이 있었다.
게다가 느닷없이 미국대사가「미테랑」을 초청, 장장 3시간이나 비밀회담을 벌인 것이다.
「미테랑」이「지스카르」대통령의 면담제의를 거부하면서 내정간섭론으로 시끄러운 미국의 대사와는 점심「테이블」을 마주하고 속닥거렸다는 것은「쉬라크」수상으로서는 분명코 불쾌한 일인지 모른다. 「쉬라크」수상은 차기대통령을 내다보고 있는 만큼 최근 지방선거결과 좌파진출이 두드러진 것을 보고 미국이 80년 선거에서는「미테랑」이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는지도 모를 일인 것이다.
더우기「미테랑」은「엘리제」궁 바로 옆에 있는 미대사관에 갈 때 사회당의 승용차 행렬이「지스카르」관저 앞을 통과했었다. 바로 이때 각의가 끝나「쉬라크」수상이 행렬을 직접 목격했다는 것. 짓궂은「엘리제」기자단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쉬라크」수상은『미국당국이 내정간섭론을 터뜨린지 며칠도 안돼서 사회당대표단이 미대사관에 가는 것은「쇼킹」할 뿐이다』하여 문제의 발언을 터뜨리고만 것이다.
말썽 많은 점심을 마치고 나온「미테랑」은 『미대통령을 포함, 미국지도자들이「프랑스」의 국내정치문제에 대해 간섭하는 발언을 제기해서 규탄했다』고 해명.
「쉬라크」수상의 강경 발언은 여당권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한 것 같다.
「지스카르」대통령이 당수인 독립공화파의 하원원내총무「로제르·시노」조차도『나는 이것이 정치적 사건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르세」공산당서기장은『간섭론에 대해 우리는 당사가로서 항의한다』며「지스카르」정부의 대미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하원조사단을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이 파문을 본「파리」시민들은『「미테랑」이 소련대사와 점심을 해도 말이 없더니 미 대사와의 점심은 말썽도 많다』고 한마디씩.
여하간「지스카르」대통령은 점심소동에 태연하며 미국방문취소 등은 하지 않을 것이 명백하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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