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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집, 거리, 서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의 찬가』에서 노래한 바와 같은 아름답고 살기 좋은 수도 서울을 만드는 일은 모든 시민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서울시 당국이 22일 도시미관을 위해 속칭「프랑스」식 지붕을 못 만들게 하고 점포「셔터」를 투명한 것으로 바꾸게 하며「아파트」의 건폐율을 조정하는 등 건축계획심의 기준을 마련한 것도「아름다운 서울 만들기」의 한 시도요 노력이라 하겠다.
팽창주의와 부동산 투기「붐」으로 집약되는 1960년대 이후 서울은 일관성 없는 도시개발과 단견적 시설투자 결과 과밀화·대형화·무질서화로 도시기능이 마비되는 이른바「메걸로폴리스」(거대도시)로 과대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무원칙한 외연적 팽창·확장추세 때문에「아름다운 도시 만들기」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던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뒤늦게나마 서울시 당국이 지금껏 소홀히 다뤄온 도시 미관 사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라 하겠다.
「아파트」건폐율을 30%로 한다든가 점포·사무실의 앞면 폭을 4m이상으로 정한다든가, 또 건물옥상에 광고물 설치를 금한 것 등은 도시미화를 위한 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위「프랑스」식 지붕을 금하고 점포와 사무실「셔터」는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스크린·셔터」로 바꿔야 한다는데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주택의 지붕은「슬라브」일수도 있고「고딕」식일 수도 있으며 또「프랑스」식 일수도 있는 것이다. 주택의「디자인」이나 구조는 각각 개성과 특성이 있어야 하고 변화와 다양성에 뛰어나면서 전체적인 조화미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주택의 지나친 표준화·규격화는 오히려 단조로운 무성격을 빚어 오히려 미관을 해치는 결과를 빚게 된다.
또 점포의「셔터」를 투명「셔터」로 바꾸는 문제 역시 재고해야 할 것이다. 점포의「셔터」는 일반적으로 밤늦게 내려졌다가 아침 일찍 올려지기에, 도시 미관상 크게 거슬리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잘 정돈되지도 않은 지저분한 점포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쪽이 더 흉하지 않을 것인가. 「셔터」에 고운「페인트」칠을 하여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셔터」대체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도 절약할 뿐더러 거리의 미관을 돋우는 것이 될 것이다.
시 당국은 도시미관 사업에 있어서 획일주의적·관료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조치나 규제는 철저히 자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히려 서울의 미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도시의 추악한「빌딩」숲을 아름답게 단장하는 일이다. 도심지 고층「빌딩」중엔 불결하여 불쾌감조차 자아내게 하는 것이 많다. 우중충한 회색 벽면을「시멘트」벽돌로 쌓아올리고는「페인트」벽칠이나「타일」붙이는 마무리 작업을 하지 않은 채 방치해 두고 있는가 하면 그 중간 중간엔 구부러지고 녹슨 철근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튀어나와 마치 징그러운 파충류나 괴물을 보는 것과 같은 건물이 얼마나 많이 있지 않은가.
서독의 경우 건축비의 5%를 미관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며 또「파리」를 비롯한 서구의 몇몇 도시 당국과 화가나 조각가들은 큰 건조물 뒷면을 아름다운 벽화나 조각·「디자인」으로 장식하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도「빌딩」과 공공건물의 준공검사 때는 방화시설 등 안전도 점검만이 아니라 시장직속의 미관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치게 하여 도시건물로서의 미적 요건을 구비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아름다운 도시 만들기를 위해 서울의 치부라 할 중랑천변 등의 무허가 판자촌 철거·정착, 변두리 구릉·경사지대의 판자촌과 도심지 불량주택가의 재정비, 경관조성 및 시민의 휴식과 위안 공간으로서의 녹지대 확장, 한국고유의 건축미를 표현하는 계동·원서·가회동 일대의 한옥보존사업도 아울러 이뤄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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