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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그물 피하는 다국적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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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절세는 기업경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시되는 경영전략이다.
세계적으로 절세에 가장 철저한 기업은 다국적기업.
다국적기업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유동자산은 현금 또는 곧 현금화 할 수 있는 예금·채권을 통틀어 총 1천6백억「달러」∼2천6백80억「달러」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미 상원 재정위 조사 결과 밝혀지고 있다.
이 거액의 자금이 세금을 덜 내도 괜찮은 운용처를 찾아 지금도 지구를 돌고 있는 것이다.
다국적기업의 국제조세전략 즉 절세를 위해 활용하는 세금 회피처는 3종류.
①「바하마」 「케이만」화란영서인도제도 등 무세국(세금천국) ②「홍콩」 「버진」제도 등 해외소득에 과세 않거나 세율이 낮은 나라(세금 피난지) ③그리고 화란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특정기업과 사업에 세제상 혜택이 부여되는 나라(세금보양지) 등으로 다국적기업이 현재 활용하고 있는 나라는 30개국이 넘는다.
다국적기업은 이들 세금 회피지에 각기의 목적에 따라 해외지주회사 등 거점회사를 설립, 세금을 안내거나 덜 내는 각양각색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
예컨대 「케이만」제도에 지주회사를 가지고 있는 다국적기업 A는 해외에서 1천만「달러」의 과세 소득을 올렸다.
이것을 본사소득으로 하면 본사가 있는 본국의 법인세(가령 세율을 50%로 치면) 5백만「달러」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 소득을 「케이만」에 있는 지주회사 소득으로 계산하면 「케이만」에는 법인세가 없기 때문에 1천만「달러」가 세금한푼 내지 않고 그대로 소득이 된다.
곧장 송금할 필요도 없다. 「케이만」에 있는 금융자회사에 운용시키면 10년 후에는 2천만「달러」로 배증되고 그런 후 본사의 이익으로 기록 송금하면 법인세 1천만「달러」를 물고도 본사에 남는 돈은 1천만「달러」나 된다.
이익으로서 송금하지 않고 본사에 빌려준다거나 모회사의 공장을(모회사가 사용하기 위해) 매수한다거나 또 해외에 있는 자회사의 활동자금으로 돌려주면 이 때는 세금을 한푼도 안내도 된다. 제품가격의 이전도 가능하다. B수출회사는 C국에 제품을 수출키로 했으나 본국의 법인세가 높다.
그래서 「케이만」에 b판매자회사를 설립, 우선 그곳에 싼값으로 수출한다.
본국에서의 수출입 규모와 세금은 적을 수밖에 없다.
한편「케이만」의 b자회사는 모회사에서 싸게 수입한 제품을 B사가 C국에 수출하려던 것과 똑같은 가격으로 C국에 재수출, 그 차액은 b자회사에 세금한푼 물지 않고 축적된다.
미국의 대소곡물수출의 실태를 조사한 미 상원위원회의 보고에 따르면 미국의 모 곡물회사의 대소소맥수출이 바로 이 같은 방법을 이용했다는 것.
다국적기업의 국제조세전략에 따라 세금회피지는 지금 대 번창이다.
국토면적 불과 2백59평방㎞, 인구 1만6백52명뿐인「카리브」해의 소군도 「케이만」제도에는 세계의 거대기업은 물론 군소기업에 이르기까지 무려 2천5백개사의 거점회사가 설립되어 있다. 또 세계 유수의 은행자회사도 1배47개 점포에 이르고 있다 (73년 현재) .
이곳은 각국 세무당국의 손이 미치지 못한다.
국경을 초월하고 있는 이들 다국적기업에 감시의 눈길을 돌릴 수 있도록 국제적인 조세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외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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