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화된 대학졸업논문 어떻게 써야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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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재 각 대학 4학년 학생들은 금년부터 졸업논문제가 처음 실시됨에 따라 예년과는 다르게 학기초부터 졸업논문작성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작년 6월 문교부에 의해 확정된 이 제도는 대학의 자율에 맡길 수 있는 것을 관이 제도화했다는 점, 논문작성에 필요한 도서 및 실험실습기구의 미비, 교수의 절대수 부족 등으로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대학4년의 성과가 한편의 논문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교수와 학생들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각 대학의 논문제출 일정은 ▲논문작성 계획서 제출 및 지도교수 선정(3월말) ▲자료수집 및 지도교수 면담(4월) ▲중간보고서 제출 및 문제점 토의(여름방학 전) ▲논문작성 및 제출(12월 중순) 등으로 돼 있다. 그러나 서울대·연세대 등 일부 대학과 학과에 따라서는 작성된 논문을 교수와 학생 앞에서 발표, 토론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방법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은 논문 계획서를 교수에게 제출하면서 『주제선정은 어떻게 해야 좋은가?』 『논문의 수준은 어느 정도를 유지해야 하나?』 『자료 수집은 어떻게 하나?』 『논문작성의 주의사항은 무엇인가?』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고 있다.
먼저 주제선정에 대해 대부분의 교수들은 평소 관심 있는 전공분야의 문제를 좁고 깊게 탐구하도록 권했다. 수년간 졸업논문을 지도한 김용직 교수(국문학·서울대)는 크고 넓은 주제(가령 19세기의 문학사조·근대철학의 문제·한국의 고대문학·중세사회사 등)를 택해 일반적인 사실의 조감에 지나지 않는 글은 타인의 저서와 논문의 이용일 뿐 자기의 논문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좁고 작은 주제라도 자기의 새로운 견해와 연구의 노력이 나타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로운 견해라 할지라도 기상천외의 지엽적인 사실을 일반적인 것으로 보편화하는 태도는 진지한 학구적인 자세가 아니라고 말했다.
논문의 수준은 유치하지 않을 정도라면 대학과정에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김 교수의 견해. 학계에 공헌할 수 있는 훌륭한 논문이 나온다면 가장 바람직하지만, 우선은 학문하는 태도와 사실에 대해 사고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 더 중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훈련을 하기 위해서는 각 학문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논문의 길이가 2백자 원고지 2백∼3백장 정도는 돼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학문하는 태도에는 진리를 꾸준히 탐구할 수 있는 끈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의 배양을 위해서도 논문의 길이가 70∼80장 정도의 형식적인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자료수집에 대해 성균관대 김려수 교수(철학)는 ①각종 개론서 끝에 있는 참고문헌 중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부터 읽고 ②선정된 주제와 관련 있는 논문을 「체크」한 후 ③조사된 참고문헌 중 도서관과 서점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은 지도교수와 상의, 가능한 많은 자료를 섭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에는 복사기 등이 많이 보급돼 쉽게 자료수집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카드」로 만들어 분류하면 자료이용이 더욱 쉬워진다고 충고했다.
이밖에 문장표현 능력이 미흡, 학생들의 대부분이 타인의 의견과 자기의 의견을 표현하는데 서투르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특히 다른 논문을 인용하면서 각주 등으로 원저자를 밝히지 않는 것은 학문하는 태도가 아니라고 주의를 요망했다.
논문작성에 필요한 장과 절의 분류법·각주 다는 법, 구독점 찍는 법 등은 최근 몇 개 대학 출판사에서 펴낸 『논문작성법』 등이 좋은 안내가 될 것이라고 권했다.
이 같은 졸업논문제는 외국의 경우 전국적으로 규제하지 않고 학교마다 다른 점이 특징. 「하버드」대의 경우는 우등졸업에만 논문이 필요할 뿐 일반학생에게는 졸업논문이 따로 부과되지 않는다. 서독의 경우는 인문·사회계 대학은 졸업과 함께 석사나 박사가 되기 때문에 논문제출이 필수. 「프랑스」는 특별한 제도가 없고 일본의 경우는 학과에 따라 졸업논문이 있으나 학문적 공헌보다는 논문작성의 「트레이닝」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임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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