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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지는 김정일 후계설 양성작업 주동은 강양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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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 16일 UPI동양】제2차 세계대전이후 31년 동안 북한을 지배해 온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현대판 「왕족」이 세계 공산주의 사상 처음으로 북괴 공산집단내에 형성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본과 한국에 있는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오는 4월16일로써 64세가 되는 연로한 김일성이 정치무대에서 사라질 날이 올 때를 대비하여 그의 아들 김정일(36)이 지금 후계자의 길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믿고있다.
만일 이들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김정일이 김일성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는다면 북괴는 아들이 아버지 뒤를 이어 최고권좌에 오르는 최초의 공산정권이 될 것이다.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계자로 부상되고 있다는 설이 처음으로 나온 것은 1973년.
평양을 찾은 일본 방문객들은 김정일의 초상화가 여러 공공장소에 김일성의 그것과 함께 나란히 걸려있는 것을 보았다고 전했으며 조총련 맹원들 역시 김정일의 후계설을 사실로 믿는다고 말하고 있다.
북괴는 아직까지 김정일의 후계지명을 공식발표하지는 않았으나 북괴중앙통신은 지난 3년 동안 김일성 일가의 족벌정치가 항구화되어야 한다는 시사를 곁들이면서 김일성 일가의 가족사에 관한 이야기를 요란하게 선전해왔다.
김정일은 서구식 「오페라」에 등장하는 술과 장미꽃에 쌓인 「왕자수업생」과는 전혀 그 부류가 다르다.
서울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김일성의 아들이 60년대 초부터 최근에 이르는 동안 북괴노동당의 말단미직에서 고위요직에 이르기까지 각종 당직을 거친 철저한 훈련과정을 밟아온 것으로 믿고있다.
김정일은 1949년에 사망한 김일성의 본처 소생으로 1940년께 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한국전 당시의 북괴 전쟁 고아들을 위해 세워진 「평양혁명학원」에서 고등학교과정을 이수했는데 그의 일부 동창생들은 지금 북괴 장교단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정일은 그 후 동독에 유학, 항공공학을 수학한 다음 평양에 돌아와 북괴노동당의 직업당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김정일은 출세가도에서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는 73년9월 북괴 당 중간요직인 당 조직선전 비서에 임명되었으나 아직까지는 북괴중앙통신이 그의 이름을 당 최고지도자 명단에는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서울에 있는 북한전문가들에 의하면 김정일의 후계양성 중심인물 가운데 하나는 김일성의 외숙이며 이른바 북괴부주석인 강량욱(71)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전문가들은 아직 건강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믿어지는 김일성이 앞으로 5년 더 생존한다면 아들 정일에 대한 권력이양은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만일 김일성이 그보다 빨리 정치무대에서 사라진다면 그 결과는 집단지도체제의 등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지만 그 경우에도 김정일은 강력한 경쟁자 가운데 하나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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