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몰리는 환자들…병원 의료양극화 심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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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힘든 줄 알았더니 다른 곳도 마찬가지네요.올해만 버티자는 생각으로 지냅니다.”

개원가 생존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병·의원은 늘어나는데 환자는 갈수록 줄고 있어서다. 여기다 인근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면서 의료계 양극화가 심해지는 모양새다.

외관상 드러나는 건강보험 지표는 양호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국민건강보험 진료비는 사상 처음으로 50조를 넘어섰다. 노인진료비 역시 9.3% 늘어난 17조 5283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34.5%를 차지한다.

통계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진료비 총액은 50조 7426억원이다. 전년대비 2조 5077억(5.2%) 증가했다. 건강보험 가입자당 1인당 진료비 역시 97만 1262원에서 101만 5061원으로 4.5% 늘면서 연간 진료비 100만원 시대를 열었다.

▶ 대형병원에 치이는 동네병원 진료비 점유율 하락

병의원 규모별 진료비 점유율을 살펴보면 상황이 다르다. 상급종합병원 진료비 점유율은 2006년 37.2%에서 2013년 47.4%로 급증했다. 반대로 동네 의원인 의원급 의료기관 점유율은 같은기간 26%에서 21%로 줄었다. 전체 진료비 규모는 커졌지만 오히려 점유율은 떨어진 것이다.

건강보험료를 청구하는 진료비 청구건수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 청구건수는 2012년 5억2489만건에서 지난해 5억1503만건으로 약 1000만건 가량 줄었다. 진료비 청구건수 감소는 동네 의원 전반에 나타나는 경향이 강하다.

개원가에서 전통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던 안과를 살펴보자. 2012년 진료비 청구건수는 3146만건이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3056만건으로 1년새 90만건이 줄었다. 이빈인후과 역시 2012년 6200만건에서 2013년 6078만건으로 줄었다. 성형외과는 16만건에서 15만건으로, 영상의학과는 126만건에서 123만건으로 줄었다. 정형외과 역시 5290만건에서 5274만건으로 줄었다.

청구비용도 덩달아 줄었다. 그동안 진료수가 인상으로 청구건수가 줄어도 평균을 유지했었다. 보건의료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연평균 진료비 인상률은 2% 내외지만 의료기관 진료비 수입은 10% 가량 늘어난다.

진료비 청구건수 감소세가 심해지면서 이마저도 감당하지 못한 셈이다. 안과는 지난해 8억 6241만원을 요양급여비로 받았다. 전년(8억 654만원) 대비 2000만원이나 떨어진 수치다. 자동차보험으로 타격이 심했던 영상의학과는 2012년 8억 2550만원에서 지난해 7300여 만원이 줄어든 7억 5176만원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산부인과·비뇨기과·소아청소년과·진단검사의학과·핵의학과·결핵과 등 대부분 진료과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피부과·마취통증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 등 일부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대한일차진료학회 관계자는 "큰 병원에 환자를 뺏기면서 동네병원은 살길이 막막해졌다"며 "스타 의사가 있거나 기존에 자리를 잡은 동네병원은 괜찮지만 새로 개원하는 병원은 진입장벽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 비급여 진료도 가격경쟁에 '힘드네~'

경영악화로 보톡스·필러·리프팅·영양주사 등 비급여 치료를 강화하는 동네 병원이 늘어나는 이유다. 실제 대한비만체형학회는 춘계학술대회에서 1700여명이 몰리면서 성황을 이뤘다. 피부·미용 최신 트랜드를 읽기 위해서다. 회원 역시 가정의학과, 내과, 일반외과, 이비인후과, 안과 등 피부미용과 상관없는 과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물론 이마저도 쉽지 않다. 피부과·성형외과는 이미 포화상태다. 규모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작은 동네병원은 설 자리를 잃었다. 여기다 동네 병원끼리 가격경쟁도 치열하다. 강동 지역 A가정의학과 원장은 "비급여라 괜찮을까 하는 마음에 시작했지만 기대만큼 수익이 좋지 않다"며 "가격에 민감한 환자는 몇 만원차이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가격경쟁이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동네의원 경영난으로 국가 기초의료망이 망가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B내과 의사는 "상대적으로 내과는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3~4년 뒤는 장담하지 못한다"며 "동네의원은 경영난으로 자기 진료에 집중하지 못하고 수익을 높이는 진료에 치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과도 마찬가지다. 맹장·갑상선 수술처럼 환자를 진료할수록 손해인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적극적인 치료를 기피하게 된다는 것. 결국 외과 전문의가 줄면서 나중엔 수술할 수 있는 의사 자체가 없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건의료 정책 역시 개원가에 호의적이지 않다. 4대 중증 질환 보장성 강화, 3대 비급여 해소로 높았던 대형병원 문턱을 낮췄다. 결국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높아졌다. C내과 원장은 "동네병원은 대형병원과 환자를 두고 무한 경쟁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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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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