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샤 만이냐, 아라비야 만이냐 중동 산유국간에 호칭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페르샤」만이냐, 「아라비아」만이냐-. 「페르샤」만의 호칭 문제가 전 중동산유국을 초긴장 상태에 몰아 넣고 있다.
「페르샤」만의 호칭전쟁은 「이란」을 제외한 연안 7개국들이 「아라비아」만 통신을 설치키로 합의하자 「이란」이 크게 반발, 연초에 7개국에 주재하는 대사를 긴급소환, 외교 정책의 재고까지 비침으로써 시작된 것.
「아라비아」만 통신에 참가한 국가는 「바레인」·「이라크」·「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오만」·「카타르」·「아랍」토후국 연합 등 이른바 세계적인 산유국들.
이들 7개 연안국가들은 「바레인」의 「아부다비」에서 공보부장관 회의를 열고 설립원칙에 합의함으로써 「이란」에 문제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란」으로 올 때 「아라비아」만 통신의 출현은 여러 가지 점에서 문제가 된다.
우선 기존중동통신(MENA)이외에 제2의 통신합작회사를 설립한다는 것보다는 호칭자체가 가장 큰 문제점.
지난 수천년간 「페르샤」만으로 불려왔고 전세계의 지도에도 페르샤만으로 표기되어 있는 이름을 하루아침에 고칠 필요가 있느냐는 것.
그러나 이러한 일반론보다는 「페르샤」만 연안국의 복잡한 역학관계가 「아라비아」만이라는 이름의 출현을 유발했다고 보면 문제는 다르다.
「아라비아」만이라는 호칭은 이미 15년 전 영국의 「런던·타임스」지가 처음으로 사용한 이래 그 동안 연안국이 산발적으로 사용한 적은 있으나 이렇게 집단적으로 사용된 적은 일찌기 없었다. 때문에 호칭문제를 신호로 움직이기 시작한 연안국들의 단체행동은 비「아랍」국인 「이란」으로 볼 때 일대「쇼크」가 아닐 수 없다.
연안 8개국 가운데 「이란」을 제외한 7개국은 모두 「아랍」국가이며 더욱 「아랍」의 단결과 통일을 언제나 내세워 온 나라들의 단체행동이므로 그 영향은 심장하다. 「이라크」와의 관계가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쿠루트」족 문제가 완전히 타결된 것은 아니며 연안국 모두 산유국이라는 점, 심지어 공산「게릴라」의 소탕을 위해 1개 대대를 파병하고 있는 「오만」마저 「아라비아」만의 지지국이니 호칭의 파문은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오일·쇼크」이래 「페르샤」만의 해역보호를 위해 「페르샤」만 안전위원회를 창설하자는 계획이 「이란」의 주도아래 한창인 때인 만큼 「아라비아」만이라는 호칭의 제기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중재국이 「페르샤」나 「아랍」이란 호칭을 빼고 「걸프」해(만해)만으로 부르자고 하나 그 실현성은 매우 희박해 결국 「페르샤」만은 두개의 얼굴을 가질 가능성만 남아있다. <외신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