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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간판밑에 「진단서복덕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주문대로 진단서를 떼어줍니다』. - 이른바 「의료부조리」에 대한 일제수사를 벌이고 있는 대검 특별수사부(부장 한옥신대검검사)는 3일부터 이같은 부정행위의진원이 되어온 『진단서복덕방』「브로커」들의 집단에 대한 수사에 착수, 이들의 검거에따라 사건이 확대될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제까지 밝혀낸 부정행위의 유형을 보면▲각종 면허경신때 붙이거나 민·형사사건에 필요한 진단서의 허위작성▲노령으로 인한 의료행위 불능자의 면허대여행위▲「브로커」들을 종합병원에 풀어 환자를 유인한뒤 사례비를 지급하는 행위등으로 나타났다.
검찰관계자에 따르면 이러한 부정행위는 진단서「브로커」들에 의해 이미 오래전부터 저질러 졌으며 의사들 사이에 중계소가 「복덕방」이라 불린다는 것이다. 전화한통화로 의사 면허를 빌리거나 빌려줄 수 있으며 상해진단서등 각종 의학적 판단을 얼마간의 수수료만 주면 발급 받을수 있기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대체로 고객이없는 변두리 개업의사들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에 구속된 보광의원원장 김봉옥씨(48)의 경우 평소 상해진단서관계로 병원 출입이 잦은「버스」회사 김모「노선상무」의 부탁을받고 취소된 운전면허증을 되찾으려는 2명에게 허위입원확인서를 떼어 주었다는것.
조사결과 1개월 동안「우측건성늑막염」으로 입원했다는 조모씨(50·운전사)는 그기간에 차를 몰았으며 장염으로 3주의 입원진단서를 받은 정모씨(47·금은방)역시 입원 기간에 영업을 계속했고 두사람 모두 의사의 얼굴 조차 모른다고 진술해 수사관들을 놀라게 했다. 이들뿐 아니라 2일 하오까지 검거된 30명의 입원 환자중 20여명이 의사의 이름·얼굴은 고사하고 병원의 위치마저 진술하지 못해 의사들 사이의 허위진단서 작성이 얼마나 폭넓게 행해지고 있나를 실감케했다.
수사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수사단서가 이같은 부정의사들의 진단서때문에 옥살이까지한 어느중년남자의 진정에서 비롯됐다고했다. 김이라는 이중년 남자는 몇년전 평소 사이가 나빴던 친구와 술김에 다투다 얼굴과 팔에 약간의 상처를 입혔는데 무려 2개월 치료의 진단서를 의사가 상대방에 떼어 주어 옥살이를 했고 그 앙갚음으로 출소후 자신도 바로 그의사에게 몇만원의 돈을 주고 허위 진단서를 뗀후 이를 증거물로 고발했다것이다.
조사에 나타난 진단서1통발급비용은 2천원에서부터 최고 5만원까지.
이같이 부정진단서가 남발되기때문에 이따금 검찰에 불구속으로 송치되는 상해사건이나 업무상과실치사상사건의 피해자들이 상해부위(부위)를 묻는 검사질문에 턱이 다쳤다고되어있는데도 태연히『이마를 다쳤다』고 하거나 오른손에 찰과상을 입었다고 되어있는데 『손가락을 다쳤다』고 진술하는등 촌극을 빛기도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같은 의료부정행위를 막기위해▲양심적인 전문의사들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주어야하며▲의사들의 면허도 일정기간지난뒤 경신토록 제도를 바꾸어야하고▲의사정년제를 두어 노령에따른 면허대여행위를 막아야한다고 밝히고있다.
이제까지 의사들의 허위진단서작성죄는 수사관들이 전문지식이 없기때문에 공소유시가 어려운실정으로 이기회에 양심적인 각과 전문의사들에게 법률적인 소양을 훈련시킨뒤 허위 진단서를 감정하는 기능을 맡겨야된다는 것이다.
상해사건으로인한 민·형사사건및 보험료지급시에도 진단서가 최종결정의 중요근거가 되는데도 단순히 면허있는 의사가발급했다는 이유로 문제삼지않아온 실정이었다.
검찰은 38명의 조사대상 의사중 정신이상자가1명. 반신불수가 1명으로 나티났고 75세의 고령으로 눈과 귀가 기능을 다하지 못한 경우도있어 미국과 같이 65세로 강제 정년을 시키거나 5년마다 의사 자신들도 건강진단을 받게해야 된다는것등 개선점을관계 당국에 건의키로했다. <정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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