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 대사관에 안 보이는 귀 초단파 도청장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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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첩보활동에서 도청장치를 둘러싼 과학기술의 공방전이 정보수집의 한계를 넘어 인체를 위협하는 수단까지 동원되고 있다.
소련이 「모스크바」의 미국대사관 건물에 사용하고 있다는 초단파시설이 그 장본이다. 이 도청장치는 사람이 말할 때 생기는 공기의 진동이 전등 「소키트」나 「에어컨」장치 또는 벽에 숨겨진 철판에 진동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이용, 초단파를 발사하여 여기서 반사되어 오는 신호를 육성으로 재현하도록 되어있다.
이 방법은 도청장소에 탐지되기 쉬운 특별한 장치나 동력원의 설치가 필요 없어 탐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모스크바」미국대사관에 대해 이러한 도청방법이 이용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지난 6일 「스테슬」미대사가 그 가능성에 대비, 초단파가 인체에 해를 끼치므로 주의하라고 경고했을 때 였다.
그의 경고는 「모스크바」의 「차이코프스키」가에 자리잡은 미대사관 10층 건물의 맞은편 고층건물에 초단파발사장치가 돼 있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낳았다.
그런데 이 초단파는 강력할 경우 미 국립 보건원의 동물실험에서 세포를 파괴하고 뇌 활동에 이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대사관이 정기안전검사에서 이상한 자기파장이 있는 것을 감지하여 이러한 도청수법이 밝혀지자 미국의 의료 「팀」이 대사관건물 7층 이상에 근무하는 60여명의 직원에 대한 혈액 검사 등을 실시하는가하면 7층 이상의 창문에 초단파의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특수 철창이 장치되는 등 법석을 부렸다. 한편 소련 측은 많은「안테나」가 얽혀있는 대사관건물에 전자자장이 생기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라고 주장, 이는 미·소 관계의 개선에 반대하는 세력의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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