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오스트리아 유엔 산하기구 유치 싸고|이웃나라끼리 티격태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유엔」산하의 상설기구를 서로 자기나라로 유치하려는 치열한 경쟁이 마침내 중립국인「스위스」「오스트리아」간에 심각한 불화를 일으키게 하고있다.
「오스트리아」의 「빈」시는 현대적인 「유엔·시티」를 78년에 완공할 계획인데 그렇게되면 새로 확장될「유엔」기구들이 이「유엔·시티」에 자리를 잡게되고 또 현재「스위스」와「제네바」에 있는 상당수의 「유엔」기구들도 「빈」으로 옮겨가리라는 소문이 파다해지자 「제네바」시민들은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네바」사람들은 자기네 도시에 살고있는 1만4천여명의 국제기구사람들을 여러 가지 점으로 못마땅하게 생각해왔다. 특히「제네바」가 세계 제일의 물가고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전혀 이들 국제기구의 외국인들 때문이라고 비난했었다. 그런데 이젠 사정이 급변, 「제네바」에 있는 국제기구 가운데 하나라도 「빈」으로 옮겨 갈 수 없다고 열렬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제네바」에 있는 구주경제위원회(ECE)가 「빈」의 「유엔·시티」로 유치되어 간다는 소문이 돌고부터는 「스위스」정부도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스위스」측은 새로 생길 예정인 직원 2백∼4백명 규모의 몇몇 국제기구가 「빈」에 가는 것은 양해할 수 있지만 ECE가 「제네바」를 떠난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은 두 중립국 사이에 음산한 공기가 감돌아 「오스트리아」외상은『「스위스」가 우리에게 호의적이 아니다』고 말하고 「스위스」외상은 『공연히 집을 크게 지어 놓고는 남에게 떼를 쓰지 말라』고 공격을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현재 「빈」에 있는 「유엔」산하의 산업발전기구(UNIDO)와 국제원자력위원회(IAEO)의 기구확장 전망에 따라 67년부터 「유엔·시티」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당시의 위정자들은 유리한 조건으로 「유엔」기구들을 유치해서「빈」을 「유엔」도시로 만들려는 욕심에 제한 없이 건물을 지었다.
결국 완공을 앞둔 「유엔·시티」는 「빈」의 「도나우」공원에 4개의「매머드」사무실 「빌딩」으로 윤곽이 드러났는데 UNIDO와 IAEO가 확장되긴 했지만 다 쓰고도 건물의 절반 정도가 남게되어 문제가 생겼다. 이 공사에 지금까지 7억「달러」를 집어넣은 「오스트리아」정부는 79년 총선의 영향을 고려해서 지금 입주자를 찾느라고 혈안이 되어있다.【프랑크푸르트=염효현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