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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우리에게 옛날 집은 …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68호 04면

독일 출장 중 고슬라르(Goslar)라는 작은 마을에 하루 머물렀습니다. 은과 구리가 많이 나오는 광산 덕분에 ‘황제의 돈주머니’로 불렸던 이곳은 하인리히 2세의 별궁이 있는 중세 도시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전쟁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아 수백 년 전 건물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만으로도 복 받은 곳이라 하겠습니다.

저희가 머문 호텔도 400년 전 2층 나무벽돌집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곳이었습니다. 마굿간이었던 공간을 근사한 욕조가 있는 4인실로 꾸민 것도 눈에 띄었고, 다른 유럽식 호텔과 달리 방안을 환하게 한 것도 속이 시원했습니다. 짐을 직접 들고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야 하는 점이 흠이라면 흠이랄까. 외국인 친구 집에 초대된 듯한 안온한 느낌이 무척 좋았습니다.

문득 400년 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어떤 집에 머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만고만한 호텔들 말고, 30년만 지나면 재건축을 부르짖는 아파트 말고, 한국인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는 집 말입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의 올해 수상자 발표가 25일 있었습니다. 일본 출신의 반 시게루(56)가 받았습니다. 일본 건축가로는 일곱 번째 수상자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아무도 없습니다. 굳이 상을 받고 안 받고를 떠나서, 수백 년 갈 수 있는 집을 지금 우리는 짓고 있느냐, 짓고 싶어 하느냐 그게 궁금했습니다. 투기 대상이 아닌, 오래 오래 살 집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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