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율 세계 제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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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의 교통사고가 세계 제1위라고 하니 놀랍기 그지없다. 한국자동차보험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한햇동안의 교통사고로 9백9명이 사망, 일본 동경의 3백82명에 비해 그 희생자가 2.4배나 된다. 그리고 이들 사고의 대부분을 영업용차량이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망률은 인구10만명 당 13.1명, 자동차 1만대 당 1백17명의 비율이며, 이는 흔히 세계 최악이라고 하는 동경의 인구10만명 당 2.3명, 1만대 당 1.4명에 비해서도 엄청나게 높은 것이다.
게다가 무려 3만2천8백24명이라는 부상자가 생겼다니 윤화의 희생자는 하루 평균 3명의 사망자와 약90명의 부상자를 내고 있는 놀라운 숫자인 것이다.
더우기 이 같은 교통사고는 교통량의 증가에 비례하여 양적으로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 있어서도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어 한시바삐 강력한 제동을 걸지 않으면 안될 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결사적으로 앞지르기 곡예를 하면서 마구 질주하는 「버스」나 「택시」의 횡포 앞에 불안감과 짜증스러움을 경험하지 않은 시민이 어디 있겠으며, 이「달리는 흉기」앞에 조바심을 하거나 혼비백산 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공포의 절정」「목숨을 건 과속」은 횡단보도의 「일단 멈춤」도 무시하고, 중앙선도 정지선도 아랑곳없이 달려 참화를 빚고 만다. 고가도로 같은데 달릴 때는 아예 겁에 질려 도중하차를 자청할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시내주행시의 제한속도는 40㎞지만, 그 갑절인 80㎞나 그 이상을 놓는 게 보통이어서 여간 단단한 심장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는 현깃증 마저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통금을 앞둔 10시 반 이후쯤 되면 「택시」와 봉고기사의 횡포는 극도에 달한다. 구걸하다시피, 싸움 싸우듯이 간신히 올라탄 후는 칠흑 속에 계속 「액설러레이터」를 밟아대는 운전기사에게 제발 좀 천천히 가자고 애원하기 일쑤다. 그러나 운전기사의 관심사는 오직 더 빨리 뛰고 더 많이 버는데 있다. 이러고서도 교통사고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교통사고를 줄이는 대책으로는 첫째 정기적인 교양강습으로 운전기사의 자질을 향상시켜 사고의 주된 원인인 과속·추월·음주·부주의 운전을 방지하는 것과, 다음으로 강력한 행정력의 발동으로 이 같은 위반사실을 철저히 단속 규제하는 일이다.
물론 이와 아울러서 보행자들의 교통질서를 지키는 질서관 확립도 필요하며, 과부하해소를 위한 교통신호체제, 도로조건 개선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교통체계를 재정비하는 일등도 시급한 과제임을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본 난이 기회 있을 때마다 되풀이 강조했듯이 대중교통수단의 공영화·대기업화시책을 단행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교통사고의 주인은 우리 나라 자동차운수사업의 기형적인 형태인 이른바 지입제와 도급제에 있다고 단정해도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는 주식회사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나 실제로는 지입식 경영에 따르는 심한 영세성과 전근대적 운영형태를 못 벗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영세성과 경영의 낙후성은 운수사업의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종업원인 운전기사와 안내양의 희생에 의해 메워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낡은 차·나쁜 부품·정비불량·과로운전 등으로 사고의 원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도급제 운행으로 인해 운전기사는 차주에게 줄 납금을 먼저 벌어놓고 나서 자신의 수입을 올리려하니 과속·난폭한 운전을 하게되고 사고를 일으키게 된다.
당국은 언제까지 일부 운수업체들의 『현실적 사정』때문에 세계 제1위라는 교통사고 기록을 앞에 두고서도 여전히 소극적이요 미봉적인 단속만으로 할 일을 다한 양 수수방관할 작정인가. 획기적인 결단을 촉구하여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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