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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만에 햇빛 보는「하디」의 처녀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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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9세기 영국이 낳은 문호 「토머스·하디」의 처녀작이 1백년간의 망각 끝에 오는 5월 이곳 「히치슨」출판사에 의해 처음 출판된다. 책제목은 『한 상속녀 일생의 무분별』. 이 작품은 1867년 「하디」가 27세때 자서전으로 쓴 그의 최초의 소설 『빈자와 숙녀』(미발표)의 나머지 부분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한 빈한한 농사꾼과 봉건제후의 딸 사이에 벌어진 아름답고 비극적인 사랑의 편력이 소설의 줄거리. 이 처녀작은 원형대로 출판된 일이 한번도 없었다.
이 작품이 탈고된 이듬해 (1868년) 당시 「런던」에서 건축기사로 일했던 「하디」는 원고를 「맥밀런」출판사에 가져가 출판의뢰를 했으나 거절당했다. 다른 두곳의 출판사에서도 역시 거절당하자 「하디」는 출판을 단념했다고 한다.
그후 1874년 『광란군중으로부터의 도피』발표이래 문단의 각광을 받기 시작한 그는 마지막작품 『테스』에 이르기까지 거작들을 써냈다. 『한 상속녀 일생의 무분별』은 단편적이긴 하지만 일반에게 소개된 일이 있었다. 1878년께 돈에 궁해진 「하디」는 『빈자』의 원작 원고를 『한 상속녀 일생의 무분별』이라는 제목아래 「런던」의 한 문예잡지와 「뉴요크」 주간지 「하퍼즈」에 단돈 20「파운드」로 판적이 있다.
그러나 제한된 붓수의 잡지에 선보인 이 작품은 원작의 3분의2정도가 연재된 다음 뚜렷한 각광을 받지 못한 채 끝나버리고 말았다. 게재되지 못한 나머지 부분도 「하디」가 죽기 몇 해전 전기작가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원고를 소각시켰다고 한다.
잡지에 연재된 부분은 「하디」의 미망인에 의해 개인적으로 인쇄된 일이 있으나 1백부에 지나지 않았고 전집에도 처녀작이 빠져있는 상태다.
최근 「히치슨」사는 1878년 주간지 「하퍼즈」에 연재된 부분을 입수, 총 3만자에 달하는 이 소설을 처음으로 엮어 출판하기로 한 것이다.
「하디」가 소설문학의 세계로 첫발을 디딘 이 작품은 「하디」연구가들에게 전혀 미지의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단행본의 형태로 일반에 공개되기는 처음이고 문학적 가치도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돼 벌써부터 상당한 문학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런던=박중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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