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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의 품종개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업화의 진전이 기술혁신에서 비롯되듯이 녹색혁명도 품종개량 없이는 불가능하다. 본지가 『푸른 광장』이란 「시리즈」를 통해 품종혁신의 기수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공업화우선의 물결에 밀려 뒷전으로 물러난 농업부문에서 아직도 많은 과학자·전문가들이 숨은 노력과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음을 우리는 이「시리즈」를 통해 볼 수 있다.
이런 노력의 결실에 힘입어 우리농업의 생산성이 근래에 와서 크게 향상되고 있음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도 시작에 불과하다. 밀의 획기적인 품질개량으로 녹색혁명에 기여했던 「보로구」박사는 식량증산을 위해서는 「뛰는」것으론 부족하고 「날도록」권장하고 있다. 국내의 주요 농작물 단위당 생산성이 아직도 외국에 비하면 현저히 뒤지고있는 현실이 곧 이런 권고를 실감나게 만든다.
농수산부 조사로는 국내 농작물가운데 단위당 생산성이 일본수준을 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그동안 주력을 쏟아온 미작부문에서는 물론, 채소·과실류 등에서 모두 16%내지 1백30%나 뒤떨어지고 있음이 지금의 현실이다.
주곡자급화정책에 힘입어 매우 현저한 단위생산성증대를 이룩한 쌀은 지난해에 ㎞당 3.8t까지 올림으로써 다른 미작국과의 격차가 이전보다 많이 좁혀진 셈이다. 이는 통일 벼 개발 등 각종 농업관계연구기관의 꾸준한 연구에 크게 힘입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비록 생산성이 늘어났다 해도 아직 일본의 4·3t이나 호주·「스페인」등의4·5t과 비교하면 더 노력해야할 여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품종개량 면에서는 관계 전문가들의 연구진전에 크게 기대할 수밖에 없다. 개량볍씨가 아직도 완전 해결을 못 본 몇 가지 문제들, 이를테면 다수확이면서 밥맛이 좋고 병충해·냉해에 강한 단기 수수종이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주문에 대해 더욱 획기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기 바란다.
물론 이같은 어려운 연구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리는 없을 것이다. 관계자들의 노력 못지 않게 정책적인 지원과 자금의 뒷받침이 불가결한 요소이므로 당국의 참을성 있는 후원이 있어야 하겠다.
이런 정부의 지원은 우선 시급한 주력부문에 치중되어야 하겠지만, 나머지 농작물에 대해서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밀·옥수수의 생산성은 외국과의 격차가 주력에 비해 더욱 현저하기 때문이다.
이런 작물은 지금은 비록 도입에 의존한다해도 언젠가는 자급하거나 최소한 도입량증가는 억제되어야 할 것이므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한 생산성향상 노력이 없어서는 안될 것이다. 농수산부에서 구상하고 있는 「밀」연구소계획도 이런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소채와 과실에서는 그 격차가 너무 커 두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이들 작물은 소득증대와 함께 수요가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아직은 여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문이겠지만, 농협이나 민간연구 기관을 지원해서라도 이 부문의 품종개량이나 재배 방식의 과학화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일들은 모두가 장기적인 과업이므로 성과를 너무 성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꾸준히 밀고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품종개량 못지 않게 재배관리나 농약·농기계 등 영농관계시설·기자재의 원활한 수급과 이용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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