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압구정·대치·개포동 아파트 재건축사업 '봄 기지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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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의 주요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재건축사업에 나선다. 사진은 최근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황의영 기자

서울 강남구에서 굵직한 아파트 재건축사업들이 잇따라 닻을 올렸다. 압구정·대치·개포동의 중층(10~15층) 재건축 아파트 1만5000여 가구가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 추진을 위한 첫 단계로, 건물 노후도와 균열상태 등을 파악하는 작업이다. 재건축은 이 진단을 통과해야 실제 사업이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이들 단지는 대부분 중층 단지로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지상건축물 면적 비율)은 150~200% 수준이다. 법적 상한선인 300%(3종 주거지역 기준)의 용적률을 적용받게 되면 최고 35층, 총 2만4000여 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강남 중 강남’으로 꼽히는 압구정지구에선 현대·한양·미성1차 아파트 등 22개 단지 9091가구가 지난 14일 강남구청의 안전진단 심의를 통과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들 단지의 재건축이 완료되면 대치동과 반포동에 내줬던 ‘강남 주거 1번지’라는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날 대치동의 ‘빅3 아파트’도 재건축 대열에 합류했다. 개포우성이 재건축을 위한 정밀안전진단을, 선경·미도아파트가 예비안전진단을 각각 통과했다. 선경·미도는 오는 7월 정밀안전진단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강남구청 한일기 전략정비팀장은 “별다른 하자가 없는 만큼 정밀안전진단을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포동에서도 경남·현대1차·우성3차 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인기지역이어서 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연구위원은 “강남구 인기단지의 안전진단 통과는 그 자체만으로 갖는 의미가 크다”며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맞물려 강남 재건축은 물론 주택 시장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진흥실장은 “강남권 주택공급의 유일한 수단이 재건축인 만큼 수요가 충분해 중장기적으로 재건축 단지에 매수세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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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넘어야 할 난관도 적지 않다. 이제 재건축 사업에 첫 단추를 끼운 것으로, 앞으로 추진위원회 설립과 조합설립인가, 관리처분인가 등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려면 거의 8~10년은 걸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전체 조합원 4분의 3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는 조합설립부터 상가와의 권리관계를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도 안고 있다.

 주민들 중 재건축을 선호하지 않는 노년층이 많다는 점 역시 변수다. 수억원씩 드는 추가부담금(입주 때 추가로 내는 돈)을 들여 굳이 재건축을 해야 하는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인지 시장 분위기는 예상외로 차분했다. 한양아파트 인근 화랑부동산 장연봉 사장은 “문의전화가 별로 없고 거래도 잘 안 된다”며 “올 초 가격이 급등하자 매수세가 따라붙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윈공인 정혜란 실장은 “안전진단이 통과됐어도 재건축 되려면 8~10년은 걸릴 수 있어 시장에 큰 반응은 없다”고 전했다. 현재 매도 호가(부르는 값)는 구현대3차 82㎡형이 11억5000만~12억원, 개포우성1차 136㎡형은 14억5000만~16억원 선이다.

 KB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아직 사업 초기 단계라 사업진행 속도가 얼마나 빠르냐, 주민 정서상 문제 등을 극복할 수 있느냐에 따라 사업성이 달라질 것”이라며 “투자보다는 실수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황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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