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협정·실효없는 조약 등 연내 폐기·개정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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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는 불합리하게 맺어진 협정 및 조약과 실효가 없어진 조약들을 금년 안에 대폭 폐기 또는 개정할 방침이다.
외무부는 6·25동란 중 또는 그 이후 불리한 여건에서 맺은 일부 조약과 정부수립직후 체결돼 대부분 사문화 되어있는 조약들을 자주외교의 일환으로 폐기·정비해 나갈 계획을 수립, 지난번 박정희 대통령의 외무부연두순시에서 그 같은 조약들을 우방과의 우호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정비하겠다고 보고했다.
조약정리계획에 따르면 약 5백70여건에 이르는 외국 또는 국제기구와의 양자 및 다자간 협정 및 조약에 대해 개별적인 내용검토를 끝낸 뒤 상대국과의 협의를 거쳐 해당조약에 대한 폐기·개정작업을 가급적 연내에 완료할 예정이다.
외무부 관계자는 6·25동란 전후에 맺은 몇몇 조약에 따라 ▲외국민간인들이 외교관의 특권·면제에 상응하는 지나친 혜택을 현재까지 일방적으로 누리고있으며 ▲경제 및 기술원조의 명분 때문에 일반 민간기구 및 회사까지 세제 등에 있어 과도한 특혜를 받고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55년 발효된 「한·미 민간 구호활동에 관한 협정」은 비영리구호 및 부흥을 위한 미국 민간기관이 한국 내에 들여오는 구호품 이외의 각종 물자에도 면세통관 및 국내과세의 면제를 허용, 그 대상이 담배·술 등 일부품목을 제외한 식량·의류·의약품 등 일상 필수품에까지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되어있다.
48년 체결된 한·미 원조협정을 대치한 한·미 경제기술원조협정(61년2월 발효)도 대한경제·기술원조기관 및 직원과 그 가족을 외교사절의 일부로 간주해 사용도입물품도 관세 및 수출입세를 면제토록 하고있다.
한편 정부수립 후 체결된 조약 중에는 상당수가 아직 종료되거나 대치되지 않은 채 사문화돼 있어 앞으로 새로운 조약이 체결될 때 심한 경우엔 상충되거나 마찰할 우려까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57년 발효된 「한·미 우호·통상 및 항해조약」은 한·미 항공운수협정 및 기타 경제관계조약에 의해 무의미하게된 채 방치돼왔으며 56년의 「원자력의 비군사적 사용에 관한 한·미 협력협정」도 지난해 비준된 핵확산금지조약으로 사문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평등조약의 폐기 및 정비작업은 정부수립 후 처음 시도되는 것이나 태국 등 일부 외국에서는 이미 단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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