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의 「달러」화에의 고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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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의 환율제도를 좀더 탄력적으로 운영해 나가야 한다는 논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주로 국제통화체제의 불안정이 장기화하고, 우리의 교역상대지역도 광역화하고 있는 추세에 신축성 있게 대응 하자는데 있는 것 같다,
전통적으로 「달러」화에만 「링크」시켜 온 우리의 환율정책은 우리 경제의 발전단계와 밀접하게 연관된 것이므로 그 공과를 일의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국제통화가 안정되어 있을 때는 고정환율제가 수출증대에 유익한 것은 물론이다. 일본이 「브레튼·우즈」체제의 황금기동안 꾸준히 고정환율제를 유지하여 괄목할만한 수출증대를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반면 우리는 지난 64년 이후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으나 「플로팅」의 기준을 달러화에만 고착시킴으로써 매우 제한적으로 운영해왔다. 이는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에 대한 신인이나 우리 경제의 특수한 대미관계를 반영한 결과였었다.
이에 더하여 우리경제의 지나치게 높은 해외의존도는 환율변경의 국제수지조정 효과에 비해 국내경제의 교란효과를 훨씬 크게 만들어온 것도 사실이다. 그 동안의 환율정책이 매우 보수적으로 운영되어 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방한중인 미국 「프린스턴」대학 「케넨」박사가 달러화에 고착시킨 현행 환율제도를 재검토할 것을 제의한 것은 이 같은 우리경제의 현실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이론적」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러나 환율제도의 신축성 있는 운영이라는 점에서 그의 제안은 경청할만한 부분이 없지 않다. 그가 지적한대로, 「달러」화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이 경우 원화가치도 자동적으로 평가절상효과를 가지게 되고 이것이 우리 상품의 해외경쟁력을 약화시킨 것이라는 추론은 가능하다.
또 우리의 교역상대지역도 종래의 미·일 편중에서 점차 다변화·광역화하는 추세에 있다. 따라서 국제통화정세의 간단없는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도 환율제도의 신축적 운영이 소망스러운 방향이 될 것이다.
세계의 주요 수출국들이 강세통화의 변동에 시의를 놓치지 않고 적응하고 있는 것은 아직도 새롭고 안정된 국제통화개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는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도 「엥」화나 「마르크」화 등 주요거래대상국 통화와의 연관을 고려하라는 제의는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환율의 신축성과 국내경제의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해야하는 어려움이다. 아직도 우리경제는 세계불황과 「인플레」의 여파를 완전히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인플레」율의 상대적 격차가 현저한 상태에서 예컨대 「글라이딩·패리티·시스팀」등의 「플로팅」강화가 과연 유익할 것인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할 문제다.
또 환율에 직접적인 연관을 미치는 통화정책에서 일관된 안정기조 유지가 매우 어려운 우리의 여건에 비추어 봐도 마찬가지다.
결국 환율운영의 기조는 지금 보다 신축성을 강화해 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플로팅」을 진전시키지 않는, 절도 있는 조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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