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조절위 서울측 공동위장 대리 전화통지문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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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본인은 이제 또 하나의 새해를 맞이하면서 남북 5천만 민족의 염원구현을 위한 남북조절위원회의 운영에 있어 그 공백상태가 과도하게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데 대하여 심심한 우려를 표명하는 동시에 남북조절위원회의 조속한 운영정상화를 위한 귀 측의 성의있는 태도를 다시 한번 촉구하지 않을 수 없게되었다는 사실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귀 측은 작년5월30일로 쌍방간에 합의되었던 남북조절위원회 제11차 부위원장회의를 일방적으로 무기 연기시켰을 뿐 아니라 그이래 우리측의 거듭된 부위원장회의속개제의를 번번이 거부 또는 묵살하는 가운데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본인은 귀 측의 이러한 계속되는 대화거부자세로 말미암아 오늘날 한반도에 조성되고 있는 제반정세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그러한 귀 측의 평화부정적 태도를 추궁하지 않을 수 없고 겨레와 조국의 앞날을 위해 귀 측의 심심한 반성을 요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날 남북관계에 있어서 우리가 해결해야할 시급한 과제는 남북간에 긴장을 완화시켜평화를 정착시키고 안정된 평화의 토대 위에서 쌍방간에 오해와 불신요인을 제거하여 이해와 신뢰의 분위기를 증진시켜 나감으로써 진정한 자주평화통일의 대로를 넓혀 나가는 일입니다.
물론 이러한 작업은 어느 일방의 정치적 선전·선동이나 일방적 주장과 조건을 상대방에게 강요함으로써 이루어 질 수 없습니다.
긴장의 완화와 상호 이해의 증진은 우선 쌍방이 합의할 수 있는 사업의 영역과 분야를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발굴하여 이를 해결하고 넓혀 나가는 과정에서 비로소 가능해 지는 것입니다.
우리 앞에 제기되어 있는 당면의 과업으로서는 최근 다시금 격화되고 있는 각종 비방행위를 중지시키는 문제, 더욱 빈번해지고 있는 각종 도발행위를 방지하는 조치를 취하는 문제, 적십자회담을 촉진시켜 1천만이산가족의 고통을 하루빨리 덜어주는 문제, 그리고 남북간에 선의의 교류와 협력의 문호를 열어서 같은 민족으로서 공통의 이익에 기여하고 쌍방간에 상호 사회적 개방을 추진하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오늘날 남북관계에서 제기되고있는 이러한 문제들은 그 어느 것이나 남북쌍방을 당사자로 하고있으며 당사자 쌍방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은 하나의 상식입니다. 따라서 남북관계의 진정한 자주적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남북조절위원회의 운영이 정상화되고 이를 통한 남북대화가 재개되어야한다는 것이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입니다.
본인은 이러한 자명한 사리에 입각하여 귀 측이 더 이상 지체함이 없이 대오반성하고 남북조절위원회의 운영을 즉시 무조건 정상화하는데 동의할 것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귀 측이 본인의 이 거듭된 대화정상화제의를 받아들일 때 그것은 이제 또 하나의 새로운 한해를 맞이한 남북의 5천만 겨레에게 민족적 긍지와 아울러 조국의 무궁한 장래에 대한 희망의 소생을 안겨주는 값비싼 선물이 될 것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 측이 만약 우리 남북문제의 당사자해결이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원리를 끝내 외면하고 남북대화의 정상화를 계속 거부한다면 진정한 자주평화통일의 방해자라는 낙인을 길이 민족역사에 기록하게 될 것입니다.
긍정적인 회답을 조속히 보내 오기를 기대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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