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정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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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불교에는 세 가지 망령이 있다.
그 첫째가 부처님(불)이고, 둘째가 진리(법)고, 세째가 교단(승가)이다. 이 세 가지를 귀하게 여겨서 불·법·승 삼보라고 일컫는다.
그런데 셋째 번 교단을 범어로는 「상가」라고 하는데, 한자로 승가로 음역해 있다.
이 승가는 화합한 무리 (화합중)라는 뜻인데, 불교 교단은 화합으로 그 본령을 삼는 것이니 교단에 화합정신이 결여되면 교단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다.
지금 후세에 와서 승이니 중이니 하는 말을 개인의 호칭으로도 쓰고 있지마는 원래는 교단 전체를 뜻한다.
이 승가정신-곧 화합정신이 우리 사회로 뻗어나서 국가민족이 모두 승가가 되고 세계 전체가 승가가 된다고 하면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상하는 불국토가 되는 것이다.
우리 조국의 불국토, 전 세계의 불국토가 완성될 때 우리는 피토정토가 아닌 차토정토, 곧 이 세상에서의 극락을 이룩하는 것이다.
불교의 미륵사상에서도 가장 이상사회를 용화세계라고 한다.
과거 1천6백년 전 신라에 처음 불교가 들어온 후 화랑도가 궐기해서 호국의 이념으로 진충보국했는데, 그 얼굴에 분과 연지를 칠하고 봄에 채색 옷을 입고 있었다는 것도 곧 미륵사상에서 기인했던 것이다. 오늘이야말로 이 화랑 미륵사상이 다시 구현되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조국의 불국토화, 세계의 불국토화, 그리고 용화세계를 건설하는데는 불교의 육바라밀이 필요한 것이다.
이 육바라밀은 인류를 제도하는 수양덕목인데, 개인이나 국가사회가 이렇게 생활할 때 우리 모두는 개인의 인격완성과 세계의 평화를 이룩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첫째가 포시인데, 현대어로 말하면 봉사라고 할 것이니, 대승불교는 남을 이롭게(이타) 한 다음 자기의 이익(자리)을 구하는 것이다. 상호 봉사정신이 오늘날처럼 절실히 요망되는 때도 일찌기 없었던 것 같다.
둘째는 지계라는 것인데, 곧 생활의 규제를 의미한다. 자유니, 민주주의니 하는 것도 바로 기준의 규제 없이는 이룩되지 않음을 부처님은 가르치고 있다.
세째로 인욕을 가르치고 있다. 참지 못하는 개인은 실패하고, 참을성 없는 국가사회에는 건설과 진보가 있을 수 없다.
네째는 정진이니, 꾸준한 노력을 뜻한다.
다섯째는 선정이다. 현대적으로 쉽게 말하면 정신의 안정인데, 3천5백만 국민 모두가 현실적으로 정신이 안정되고 국가가 안정될 때 평화와 발전의 서광이 비칠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는 지혜다. 정사를 분별하는 지혜를 가질 때 이 나라에 불국토는 나날이 다가올 것이다. <김혜종 스님(서울 봉원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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