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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장들의 사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요즘 일선보건업무를 맡고있는 보건소장들이 무더기로 사표를 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내무부가 새해 들어 공무원 부조리일소작업추진에 따른 일체의 변태경이지출 금지령으로 지금껏 지급해오던 월 수당 10만원을 못 주게 됐고, 또 보건소 직무개편에 따라 위생업소에 대한 허가 및 단속권이 시·군으로 넘어가 보건소장의 권한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건소장들의 이 같은 사표소동은 그렇지 않아도 전국 1백97개 보건소 중 그 3분의1이나 되는 62개 보건소 소장이 결원 돼 가뜩이나 어려운 현 사태에 기름을 붓는 격이나 다름없다.
말할 필요도 없이 사람은 누구나 병이 나면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한다.「질병으로부터의 해방」과 의료혜택의 확대는 현대의학이 해결해야할 최대의 과제이자 가장 중요한 국가적 책임의 하나이기도 하다.
때문에 「의료사회화」의 방향은 오늘날 세계적 추세로 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사회화가 가장 잘 이루어진 영국이나 북구제국의 경우, 자기나라 국민은 물론 국적을 가림이 없이 최고의 의료「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 실정이며, 그 밖의 선진제국에 있어서도 부분적인 의료보험제의 실시로 국민보건「서비스」의 확대화는 오늘날 하나의 추세가 되고있다.
우리나라도 4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에서는 사회개발분야에 상당히 높은 비중이 두어지게 됐고, 이런 기본방침에 따라 며칠전 보사부는 무의촌을 없애고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혜택을 넓히기 위한 「의료공단」의 신설구상까지 발표한바 있다.
아닌게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실정은 의료시설의 84%, 의료요원의 80%가 도시에 몰려있는 심한 편재현상으로 인해 농어촌 등 벽지에는 아직도 3백52개의 무의면이 남아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운영하는 보건소와 보건지소에 마저 의사배치가 안 돼있는데도 있고 그나마 있는 의사들마저 이른바 부조리일소작업 때문에 사표를 내던지게 한다면 이는 원칙의 시행을 위해 현실을 무시하는 우거라 아니할 수 없다.
보건소장의 무더기 사표로 더욱 심화할 의료서비스에 이 같은 불균형 때문에 의사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죽어 가는 농어촌환자가 전사망자의 50%에 이르고 있지 않은가. 그나마 우리의 실정은 의료「서비스」를 받는 환자 가운데서도 병·의원을 찾는 수는 고작 21%에 불과하고 50%는 약국을 이용하며 보건소 8%, 한약방 10%, 나머지 11%는 민속적 치유방법을 쓰고 있다는 조사보고를 상기할 때 보건소의 확충과 그 충원을 위해서는 어떤 비상한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루바삐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안고 있는 이 같은 결합을 바로 잡아야하고, 농어촌주민과 도시서민들에게도 의료혜택을 확대해야한다.
앞으로 의료공단의 발족과 그 역할이 장기적인 면에서 큰 효과를 거둘 것을 기대하면서도 당면해서는 보건소장의 충원과 보건소의 원활한 운영이 더 긴요하다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건소장의 처우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서기관 또는 사무관급의 봉급만으로 아무리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강조하더라도 이들을 자리에 붙잡아 둘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수당을 늘리고 직권도 약화시키지 않는 방향에서 처우개선이 반드시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의료공단기금으로 1백억 원의 예산을 책정하겠다는 형편에서 전국 1백97명의 보건소장의 수당을 깎는다고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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