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은 장영주 선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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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서울월드컵 경기장, 통영 시민문화회관에서 빈 필하모닉(지휘 주빈 메타)과 협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22). 그가 이번 내한공연에 맞춰 새음반을 냈다. 콜린 데이비스 지휘의 런던 심포니와 녹음한 드보르자크의 '바이올린 협주곡'( EMI.사진)이다.

협주곡 레퍼토리로는 차이코프스키.파가니니.랄로.비외탕.멘델스존.R 슈트라우스.시벨리우스.골드마크에 이은 아홉 번째 도전이며 정규 앨범으로는 통산 열두 번째 음반이다.

최근 실내악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그가 베를린 필하모닉 수석 주자들과 함께 한 차이코프스키의 '피렌체의 추억', 드보르자크의 '현악 6중주'에 이어 이번 음반에선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5중주'를 함께 수록했다. 역시 베를린필 수석주자들과 호흡을 맞췄고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가 함께했다.

드보르자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대중적 인기 면에서는 그의 첼로 협주곡이나 '신세계 교향곡'에 못 미친다. 하지만 멘델스존.브루흐.브람스로 이어지는 독일 낭만주의 협주곡의 전통에다 체코의 민속 선율과 춤곡을 용해시킨 작품이다. 엄청난 스케일과 음악적 깊이를 요하는 브람스 협주곡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비올리스트 출신인 드보르자크가 구사하는 현악기 선율은 브람스보다 오히려 더 풍부하다. 이번 음반의 백미는 바이올린의 다채로운 목소리를 부드러운 선율로 담아낸 2악장이다. 다른 악기와의 호흡은 마치 실내악을 방불케 한다.

멘델스존.브람스와 더불어 널리 연주되는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5중주 A장조에서 장영주는 다른 멤버들과 흔들리지 않는 균형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음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장영주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실내에선 브람스 협주곡, 야외에서는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을 골랐다. 차분하고 내성적인 분위기와 활달하고 들뜬 분위기를 골고루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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