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주먹으로 찾은 옥토 15만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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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낙동강변인 경북선산군해평면 금호·월곡·산양동등 3개 부락 주민들이 맨주먹으로 자연의 시련에 도전한지 2년만에 강물이 앗아간 논밭 15만평을 되찾았다.
복토(복토)에 뽕나무와 땅콩을 심은 주민들은 새해첫날부터 수확의 꿈에 부풀어있다.
낙동강양안에 높이 5m쯤의 말뚝이 자연제방을 이루고 있는 해평면은 15년전 태풍「사라」호로 「베갯머리」방책이 유실되면서 해마다 장마철이면 물난리를 겪는다.
강변농토가 평균 3만평씩 침수돼 72년까지 모두 45만평 (싯가 4억5천만원)을 잃었다는 것.
이 때문에 부농으로 소문났던 강변마을이 가난한 마을로 바뀌고 농토를 앗겨버린 주민들이 끼니를 잇지 못해 이농하는 일이 늘어났다.
1백34가구가 사는 금호동부농 박만작씨(67)는 논밭 1만평을 모두 떠내려보내고 대구근교로 나가 남의 밭 5천평에 고등소채소작을 했다.
떠내려간 방책복구공사를 하지 않아 농토가 계속 강물에 씻겨나가자 주민들은 『제방을 쌓아달라』고 관계당국에 진정했으나 번번이『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견디다못한 마을지도자 김수기씨(50)가 73년5월 사재 14만원을 털어 가마니 2천장을 마련했다.
혼자서 소용들이 치는 강물의 흐름을 바꿔놓기 위해 유심변동(유심변동)작업에 나선 것.
유심변동작업은 강안에 길이40m, 높이5m, 너비15m의 제수제(제수제)를 쌓아 강안으로 몰리는 물길을 돌려놓는 일.
김씨가 맨몸으로 이일을 하자 주민들도 김씨를 도왔다.
제수제 1개소를 쌓는데 소요되는 자재는 가마니 1천장, 철망3t .바윗돌15「트럭」분 (싯가 2백만원) .
주민 8백여명이 마을에서 7km나 떨어진 냉산(냉산)에 올라가 바윗돌을 캐내어「리어카」로 실어 날랐다.
이 같은 작업으로 지난해 말까지 연인원 4만5천여명을 동원, 제수제 9개소를 쌓는데 성공했다.
곳곳에 제수제를 쌓아 거센 물길을 돌려놓게 되자 강물에 씻겼던 농토가 74년에 5만평, 지난해에 10만평씩 복토해 토지조성을 끝마쳤다.
마을지도자 김씨는 앞으로『제수제를 4개소만 더 설치하면 3년내에 강물에 앗겼던 농토45만평을 모두 되찾게 될 것』이라며 『고향을 등졌던 사람들에게 복토소식을 알려 귀농시켜야겠다』고 다짐했다.

<선산=이용우·임수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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