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문턱 높은 학교체육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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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주의 한 학교 체육관에서 동호인들이 운동하고 있다. [사진 전북생활체육회]

전북 전주시에 사는 이명진(40·주부)씨는 학교 체육관을 빌리기 위해 지난 2개월간 진땀을 뺐다. 학부모들로 구성된 생활체육 배구 동호회를 조직했는데 운동할 공간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교 5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은 끝에 한 학교장 지인의 소개로 초등학교 체육관을 일주일에 두 번씩 사용하기로 어렵게 승낙을 얻어 냈다.

 이씨는 “최근 들어 축구·배구·배트민턴 동호인의 운동장·체육관에 대한 사용 요청이 크게 늘고 있는데 일선 학교는 이를 외면하는 경우가 많아 시민들의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건강 열풍을 타고 생활체육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체육관 등 일부 학교시설 이용은 ‘별 따기’만큼 어렵다.

 25일 전북도에 따르면 생활체육 동호인은 지난해 말 기준 79개 종목에 18만3800명에 이른다. 3년 전인 2009년(13만1300명)보다 5만2000명(40%) 늘었다. 생활체육회에 등록하지 않고 동호회 활동을 하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생활체육 인구 증가와 더불어 학교시설 개방도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체육시설을 개방한 전북지역 학교는 전체 724개교 중 618개교에 이른다. 이는 개방률이 2011년 54%에서 85%로 늘어난 것이다. 광주광역시는 308개 학교 중 234개교(개방률 76%)가 운동장이나 체육관을 대여해 주고 있다. 광주시와 교육청은 2011년 학교체육시설 개방협약(MOU)까지 맺었다.

 하지만 이 같은 학교 개방 추세에도 불구하고 강당·체육관 등 실내공간에 대한 민원은 여전히 높다. 배드민턴 동호회원인 김동훈(39)씨는 “관리가 크게 필요하지 않은 운동장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반면 학교 측과 특별한 관계가 없는 일반 시민이 밤에도 쓸 수 있는 체육관에 대한 사용 허가를 얻어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운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지난해 전북지역에서 운동장 사용을 허가한 학교는 천연·인조 잔디가 깔린 151개교 중 143개교로 개방률은 95%에 달한다. 이와 달리 강당·체육관은 573개교 중 475개교만 시민에게 문을 열어 개방률이 12%포인트나 낮았다.

 전주시내 초등학교장 A씨는 “시설물 파손 우려는 접어 두더라고 학교에서 음주·흡연 등 행태가 적지 않게 발견된다”며 “행여 화재·폭행 등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까 봐 외부 시설 개방은 심각히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전북도교육청 윤택 인성건강과장은 “관리상 애로를 우려해 학교 측이 개방을 거부하는 사례가 있다”며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특별하게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동장·체육관·강당 등을 적극 개방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권철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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