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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업은 『심청』입니다" 대마초로 정신감정 받은 여가수의 독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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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나의 직업은 「심청이」입니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의 심정으로 연예계에 몸을 던졌습니다. 몹쓸 짓까지 하며 돈을 벌어 가족을 먹여 살렸습니다. 그래도 토막토막 살아남은 양심을 죽이기 위해 대마초를 피웠습니다.』 대마초 상습 흡연자로 검찰에 구속돼 정신감정을 받은 어느 인기여가수의 말이다.
검찰에 입건된 대마초 연예인 30여명 중 절반 가량은 그동안 서울특별시 시립정신병원(원장 하용욱)의 정신감정결과 심한 인격황폐현상을 나타냈다.
대마초 중독환자의 특징은 소변을 아무데서나 보고, 맛있는 음식만 찾는 등 사회적 도덕적 윤리적 쾌락만을 추구하고 활동을 기피하는 일종의 식물인간 이라는 것.
중증을 보인 작곡가 신모씨의 경우 자기가 있는 곳이 병원인지, 집인지, 교도소인지도 구별 못하는 정신 착란증세를 보였고 가수 김모양은 대마초를 못 피우게 돼서 오는 불안·초조·불면증 등 심리장애 현상이 일어나 도대체 움직이려 하지 않아 정신병원 간호원들을 애먹였다.
X선검사·혈액(혈청)검사·소변검사·정신진단 등의 여러가지 방법으로 이들을 진단, 치료한 하원장은 대마초 중독 환자는 수면제나 진통제등에 의한 약물중독환자들에 비해 신체적으로는 가벼운 중독증세를 보였으나 정신적으로는 아주 심각한 퇴폐적인 중독현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대마초를 피우면 우선 시각·청각·촉각의 착각현상이 일어난다는 것. 빠르고, 시끄러운 음(음)이 느리고 아름답게 들리고 진한 보기 싫은 원색(원색)이 예쁘고 포근하게 보인다.
가수들이 즐겨 대마초를 찾는 이유는 바로 이 착각 현상 때문으로 빠른 음률이 느리게 들려 작곡·편곡 작업이 쉬워지고 혼란한 조명이 황홀하게 보여 무대에 서는것이 즐거워진다.
두 번째로 오는 현상은 지남력(지남력)장애. 신씨의 경우처럼 사람·장소·시간 등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타리스트」권모씨는 병원의 1층과 2층을 구별 못하는 증세까지 보였다.
세번째는 판단력장애현상으로 옳고 그른것, 깨끗하고 더러운 것 등을 가리지 못하게 된다. 가수 박모군은 병원에 끌려가자 복도에서 소변을 봐 간호원들을 놀라게 했다.
이상은 대마초의 급성독작용(독작용)일뿐이다.
1∼2년이 넘게 오래 피우면 만성증상이 나타나 정신력이 감퇴, 학습에 대한 노력이나 새로운 경험에 대해 도전하는 의욕이 사라지는 인격황폐 현상에 이르게 되고 대마초만으로는 만족을 못해 마약·각성제·흥분제 등 보다 더 강력한 자극을 주는 약물을 찾게된다는 것.
서울특별시 시립정신병원은 75년 한해동안 (12월 16일현재)보사부·검찰청 등에서 1백83명의 대마초 중독환자를 의뢰 받아 정신감정을 했다. 그중 남자가 1백81명·여자 65명이며 20세 이하가 1백38명이나 됐다.
이들 환자들은 단기 치료로 1∼2주일간 안정제 진정제 등으로 심신을 따뜻하게 해주는 정신과적 응급조치를 받거나 장기치료로 근본적인 심리치료를 받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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