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약이 되는 식품|자양강장제「잣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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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밤이 길어지는 겨울철엔 자연 밤참을 찾게 된다. 특히 잠자는 시간이 줄어드는 나이의 사람들에겐 겨울밤이 지나치게 길게 느껴진다. 생리적인 요구도 있지만 무료한 시간을 무엇인가로 메우지 않으면 안 된다.
정신분석학자들은 지리 함을 메워야 할「무엇」으로「먹는 행위」가 가장 생리적이라고 말한다. 겨울을 식도락의 계절이라고 노래한 어느 시인의 지혜로움이 엿보인다.
그러나 성인병의 위협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중년기이후의 사람들에겐 겨울이 반드시 식도락의 계절일수 없다. 대부분의 성인병이 미식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먹지 말라는 식품이 너무나도 많다. 맛있고 기름진 음식이면 하나같이 고혈압을 비롯해서 동맥경화증, 뇌졸중, 당뇨병, 심장병, 암 등의 범인으로 지목된다.
이렇듯 먹지 말라는 음식이 많고 서는 식도락의 계절이어야 할 겨울이 더욱 지리하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희망이 없지는 않다. 잣죽이 있기 때문이다.
중·노년층의 겨울철 밤참 중은 식품은 없을 성싶다. 무엇보다도 잣은 성인병을 예방하고 치료해 주는 성분을 지니고 있다.
잣에는 고급불포화지방분이 다량(전체의 30·7%)농축되어 있는데 이 성분은 높아진 혈압을 정상으로 되돌려 주고 식욕을 촉진시키며 양기를 증강시켜 준다.
예로부터 잣을 자양강장제라고 일컬은 이유도 바로 이런 점에 있는 것 같다.
잣에 들어 있는 고급불포화지방산 중「리놀」산과「리놀레인」산은 고혈압·동맥경화증·당뇨병 등의 치료제로도 이용된다. 한 학자는 이들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탈모와 불임을 막고「스태미나」를 증진시키는 효능을 발휘함을 관찰,「비타민」F라고 명명했다.
한방에서의 잣 예찬론도 대단하다. 잣이 기운을 돋우고 풍기를 치료하며 불로장생을 약속한다는 것이다.
흔히 병을 앓고 난 회복기의 환자나 임산부에게 잣죽을 끓여 먹이는 것도 잣의 자양강장효능을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급 불포화지방산 말고도 잣의 영양학적 가치를 나타내는 성분은 많다.「비타민」A·B1·B2·C·「나이아신」이 골고루 들어 있는가 하면 철분 또한 다량 함유되어 있다. 또「알칼리」성인데다 소 화가 아주 잘되고 위장의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는 성분도 들어 있다.
그래서 한방에서는 설사가 심할 때 잣과 생강을 달여 마시도록 처방한다.
옥에 티라고나 할까 잣에는 인이 너무 많고 상대적으로「칼슘」이 적은 흠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잣죽에는 김·미역·다시마 등 해조류나 굴·생선 같은「칼슘」이 풍부한 식품을 곁들여 먹으면 좋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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