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AFP회견 일문일답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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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문=북한은「인도차이나」에서의 공산 측 승리에 고무되어 제2의 한국전쟁을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되어 왔는데 한반도의 현 상황 어떻게 평가하는가.
▲답=대한민국과 그 우방들은 한반도에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에 북한공산집단은 어떠한 방법을 쓰더라도 평화를 파괴하고 한반도를 공산화하기 위하여 온갖 책동을 다하고 있는 것이 현재 이 지역의 상황이다.
최근 그들은 언제든지 남침이 가능할 수 있을 정도로 전쟁준비를 완료했다고 공언하고 있고, 지난번「인도차이나」사태직후 김일성의 북경방문에서 나타난 침략적인 발언들은 그들이 유례없이 호전적인 집단임을 명백히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상식적인 판단에 의한다면 북한공산집단이 전쟁을 도발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북한공산주의자들에게는 전쟁에 이길 승산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전쟁준비에 대처하여 우리도 충분히 전쟁 저지 력을 길러 왔고 우리 국군과 주한미군이 힘을 합쳐 북한공산주의자들의 남침에 단호히 대처할 것이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전혀 승산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김일성에게 오판을 하지 않도록 오판의 구실을 절대로 주지 말아야 한다. 우리국민은 보다 더 현명한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문=남-북한간의 대화가 장기간 정돈상태에 빠지게 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이 북한과 공존하고 결국 통일을 이룩할 전망은 어떠하다고 보는가.
▲답=우리는 전쟁재발을 방지하고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민족의 여망에 부흥하여 남-북한간에 대화의 숨통을 트는데 주도적 노력을 하였다.
북한공산주의자들은 말로는 평화통일을 내세우고 미 사려 구로써 평화통일을 운위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현실적으로 한반도에서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방법에 동의하지 않는 한 우리는 그들이 평화통일 아닌 무력통일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간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공산주의자들의 이 같은 호전적인 태도를 미루어 볼 때 가까운 장래에 한반도가 평화적으로 통일될 전망은 희박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문=중공과 소련은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 정권에 대하여 그들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는가.
▲답=중공이나 소련은 한국문제 해결에 관하여 북한공산집단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공산진영의 양대 강국인 중-소는 북한공산집단과 각각 군사동맹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북한이 최근 중-소 양국으로부터 받은 군사원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답=이미 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북한공산집단은 중공-소련과 각각 쌍무적인 상호방위조약을 기결하고 있으며 이들 2대 공산강국으로부터 막대한 군사원조를 받아 왔다.
최근에 이르러 그들은 소련보다 중공으로부터의 군사원조에 더 많이 의존하는 듯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는 바는 북괴에 대한 중-소의 군사원조뿐만 아니라 북한공산집단이 가까운 장래에 상당한 수준의 전투기와 잠수함을 제조할 수 있을 만큼 나날이 그들의 군비자급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문=북괴는 최근의 외교적 성과와 주한「유엔」군사령부의 무조건 해체를 촉구한 공산 측 결의안이「유엔」에서 채택된 사실에 고무된 나머지 남-북한간의 유일한 대화의 창구로서 판문점에서「유엔」군사령부와 개최하는 군사정전위회의를 거부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러한 사태가 현존 휴전체제에 대해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답=북한공산주의자들의 기습남침으로 발단되었던 한국전쟁의 참화가 휩쓸고 간 이후 한반도에서 불안한 평화이긴 하지만 이나마도 평화가 유지될 수 있는 근거는 1953년에 체결된 휴전협정 때문이다. 북한공산집단은 휴전협정이후 지금까지 무려 2만여 회에 걸쳐 이 협정을 위반해 왔다.
그들의 이 같은 악랄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반도에서의 평화공존과 평화정착을 위하여 휴전협정을 확고하게 수호하도록 노력해 왔고, 남-북간의 하나의 대화의 창구로서. 판문점에서 열리는 군정 정전위원회회의에 성실하게 참여해 왔다.
만약 북한공산주의자들이 서방측과 공산 측이 각기 제안한 양측결의안을 모두 통과시킨 제30차「유엔」총회의 무의미한 표결결과를 내세워 판문점의 군사정전위회담을 거부하는 망동을 부린다면 이것은 휴전협정을 파기하고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문=지난번「유엔」의 날 담화에서「유엔」이 정치선전 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견해가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것은 지금까지「유엔」을 통한 한국문제해결을 추구해 온 대한민국의 정책을 변경할 것을 검토하고 있음을 의미하는가.
▲답=금년의 제30차「유엔」총회에서는 서로 상충되는 한국문제에 관한 서방·공산 양측 안이 다같이
통과되었다. 이것은 실로 유감스런 사태이며「유엔」이 한국문제해결에 있어서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국제여론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유엔」이 한반도에서「유엔」헌장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좀더 노력할 여지가 있다고 믿는다.
즉 남-북한을 다같이「유엔」에 가입시킴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사회에서의 무법자적 행패를 못하게 하고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문=향후 5년 안에 한국군현대화계획이 완결되면 한국은 북한의 단독남침을 격퇴하기 위해 이 이상 더 미국지상군의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최근 말했는데 그렇다면 그때에는 주한미군 4만2천명의 철수가 가능할 것이라는 뜻인가.
▲답=우리의 자주국방의 제1차적인 목표는 중-소 등 외부의 지원 없이 북한공산집단이 단독으로 재차 남침해 올 경우 우리의 독자적인 힘에 의해서 1대1로 이를 격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우리의 군사력 및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향후 5년 이내에 우리는 이와 같은 자주국방력을 배양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가 북한공산집단의 재침을 1대1로 격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그들은 중-소와 각각 상호군사동맹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시아」에서 자유진영과 공산진영간의 세력균형을 유지하려면 한국의 자주국방태세의 완비도 중요하거니와 주한미군의 존재도 또한 중요하다고 본다.
▲문=일본이 한국의 안전에 더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을 원하는가.
▲답=현 시점에서 일본의 헌법이나 국내사정으로 보아 일본이 대한민국의 안전에 군사적으로 기여할 수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일본은 대한경제협력을 더욱 증진함으로써 현실적으로 한국의 안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문=한-미-일 군사동맹체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답=한-미-일 3개국은 현재「아시아」의 평화유지를 위하여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나라들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미, 그리고 미-일간에 각각 체결되어 있는 쌍무적 안보조약 하에서도 3개국이「아시아」의 평화유지라는 동일한 목적과 신념을 지향하여 서로 긴밀한 협조만 계속한다면 삼각군사동맹 이상의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문=1973년의 6·23 평화통일 외교정책선언이후 한국이 채택한 공산국가들에 대한 유화정책은 어떤 성과가 있었는가. 최근 한-소간의 접촉에 대한 중공의 비판은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답=우리의 이 문호개방정책에 대하여 지금까지 공산진영으로부터 아무런 긍정적 반응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공산진영이 서방측에 대하여 긴장완화를 내세우면서도 내면에서는 얼마나 공산국가 상호간이 굳게 단결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점을 우리는 똑바로 보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문호개방정책을 꾸준히 밀고 나갈 계획이다.
최근 한-미 접근 설에 대한 중공의 비난은 중-소 분쟁의 연장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문=지난 5월에 선포된 긴급조치 제9호 하에서의 한국의 국내 현황을 어떻게 보는가.
긴급조치 제9호는 얼마나 오랫동안 효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답=단적으로 말해서 북한공산집단이 한반도를 공산화하겠다는 망상을 포기하고 우리와의 평화공존을 허심탄회하게 수락할 때까지 우리의 현존체제를 계속 유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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