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파괴 통해 새현실 찾는 여인상 『숲과 늪』 <홍파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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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황석영의 대표적 단편 『섬섬옥수』를 신예 홍파 감독이 『숲과 늪』으로 개시, 스스로의 「시나리오」로 영화화했다. 이 작품의 주제는 원작에서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듯이 『자기에게 주어진 현실을 의식적으로 파괴함으로써 새로운 현실의 의미를 인식하게 되는 현대의 여성상』이다.
홍감독은 다소 무겁게 전달될 소지가 있는 이 작품을 산뜻한 솜씨로 각색, 흔치않은 감독겸 「시나리오」작가로서의 재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홍감독 자신이 뜻한 대로 『예술성과 대중성의 성공적인 조화』가 그대로 이룩되지 못했다는 흠도 눈에 띈다. 영화의 기능과 문학의 기능이 전혀 별개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뜻에 지나치게 집착했기 때문인 것 같다. 신인 최민희의 연기는 가능성을 엿보이게 하나 역시 신인 하대영은 이 작품의 성격상 「미스·캐스트」의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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