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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할거의 전국시대 신생 앙골라 어디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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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5백년간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아온 서남「아프리카」의 자원밀국 「앙골라」는 갈망하던 독립을 성취하기는 했지만 그와 동시에 주도권쟁탈을 위한 유혈내전에 휩싸임으로써 「콩고」의 전철을 다시 밟는 「아프리카」적 비극을 겪고있다. 임시정부 수립이나 독립단체 간의 휴전협상에 실패한 「포르투갈」이 어느 단체에도 정통성을 이어주지 않고 그냥 떠나버리자 「앙골라」에는 소련 지원세력과 서방·중공 지원세력이 예리하게 맞서 본격적인 내전을 눈앞에 두고있다.
소련을 비롯해서 동구권·「쿠바」, 그리고 「콩고」 등의 지원을 받는 「앙골라」해방민족운동(MPLA)은 수도「루안다」와 중부를 장악, 11일 「앙골라」인민공화국을 세우고 MPLA의장 「아구시티니우·네토」(53)를 대통령에 추대했다.
또 중공과 서구 여러 나라, 그리고 미 CIA의 지원까지 받는다는 「앙골라」해방민족전선(FNLA)과 「앙골라」완전독립민족연맹(UNITA)의 연합세력은 북부와 중남부를 장악하고「조나스·사빔비」(40) UNITA의장을 대통령으로 하는 「앙골라」인민민주공화국을 선포했다.
「앙골라」의 독립단체들은 지난 13년간 대「포르투갈」독립투쟁을 벌여왔으나 작년 4월「포르투갈」에 군사혁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앙골라」독립을 약속하자 그때부터는 주도권장악을 위한 자기네끼리의 내전으로 줄달음쳤다. 여기에 강대국들의 지원이 끼여들어 현대무기가 등장했고 지난 7월 이후의 사상자만 2만명을 기록했다.
수도「루안다」를 수중에 넣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MPLA는 소련 등 동구 여러 나라로부터의 잇단 국가승인이 보여주듯 소련의 노골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며 3만명의 병력에 소련제「로키트」중포·소련 SA-7「미사일」까지 우수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 또 「쿠바」는 4백명의 군사고문단을 주둔시키고 있고 「모잠비크」는 2백명의 전투병력을 파견하겠다고 나섰다.
FNLA와 UNITA의 연합군은 비교적 중도적이며 서방측과 중공의 지원을 받고 있다. 특히 FNLA의 「홀덴·로베르토」의장(52)과 이웃 「자이르」의 「모부투」대통령은 처남·매부간이어서 이 단체는 「자이르」를 통해 「프랑스」제 「미라지」기와 중공제 AK-47자동소총 등을 공급받고 있다. 또 FNLA는 미 CIA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자이르」에 대한 미국의 3천5백만「달러」군원증액도 대부분 FNLA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FNLA는 3만명 병력, 그리고 UNITA는 1만명의 병력을 가지고있으며 두 세력은 3개월 전부터 연합세력을 폈고 여기에는 1천5백명의 백인 용병도 가담하고 있다.
「앙골라」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석유보고인 「카빈다」주 문제이다.「앙골라」와는 떨어져 「자이르」 「콩고」에 둘러싸여 있으며 하루 12만「배럴」의 석유를 산출하는 「카빈다」는 현재 MPLA가 장악하고 있으나 「카빈다」독립해방전선(FLEC)이 MPLA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고, 「자이르」는 「콩고」가 「카빈다」에 군대를 진주시켰다고 경고하면서 직접 개입할 뜻을 비치고 있다.
「앙골라」는 「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다음 가는 석유·동·「다이어먼드」 등의 자원국이다. 그러나 바로 이 풍부한 자원이 「앙골라」를 내전으로 끌고 가는 원인인지 모른다.
2개의 정권과 3개 지역으로 분단된 「앙골라」는 수많은 부족들로 분열되어 있고 가까운 장래에 어느 한 세력이 전국토를 장악하게 될 전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군사력은 팽팽하다.「앙골라」는 2∼3개로 나누어져도 각각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60년대의 「콩고」식으로 영구분단될 가능성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연합군 측의 「사빔비」대통령이 『어떤 성과를 얻으려면 3년간의 전면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한바 있듯이 「앙골라」국민들은 식민통치로부터의 해방감을 맛보기도 전에 그보다 더 가혹한 내전에 얼마동안 시달려야 할 것 같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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