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 전환점에 선 건설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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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양적 성장의 추구과정에서 인적·물적 자원의 낭비나 시행착오, 또는 내실의 미흡과 같은 부분적인 하자가 용인되던 시기는 이제 지난 것 같다.
경제활동의 내용을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착안하고 내실을 다져가며 능률적으로 처리하는 노력이 증대될 때 비로소 절약도, 질적고도화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전재복구기와 개발계획의 본격화에 따른 대규모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힘입어, 국내 건설업계도 매우 급격하게 성장한 부문이다.
특히 1차계획 기간 중에는 사회간접자본 부문이 연평균 40%씩 성장하여 직접 생산활동 부문의 성장을 오히려 능가하였다. 이 기간 이후의 건설업계의 지나친 난립은 곧 과당경쟁을 유발하여 오늘까지 그대로 이어짐으로써 업계정비는 매우 시급한 과제가 되어왔다.
더욱이 월남 특수기를 전후하여 분별없는 경쟁이 관행으로 되어버린 오늘의 건설업계는 보다 건실하고 안정적인 경쟁체제의 확립이 가장 절실했던 부문이었다.
업계난립과 과당경쟁은 수주 과정의 부조리나 공사 부실화·도급체계의 혼란 등 갖가지 부정과 낭비의 근원을 이루어 왔던 것이다.
건설부가 최근 수년래의 과제인 업계정비의 일환으로 이번에 다시 건설업법을 개정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이번의 개정으로 적어도 법적으로는 건설업의 전문화·계열화나 도급질서의 확립이 뒷받침을 받게 되었다.
이 법에 따라 면허제도는 더욱 엄격하게 다루어짐으로써 건설수요의 비약적인 증가가 없는 한 당분간은 신규면허가 억제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면허규제가 기존업자에 대한 특혜와 다를 바 없다는 반발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국적으로 보면 이미 6백개가 넘는 업체난립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양적인 규제 외에도 과당경쟁에 따른 갖가지의 불합리·낭비요소를 어떻게 시정하는가에 있다.
수주능력이나 기술적인 제약을 돌보지 않고 우선 발주부터 받아 자의로 불도급하는 사례가 거의 관례처럼 되고 있다. 이는 우리 업계의 전문화나 계열화가 그만큼 뒤지고 있는데도 큰 원인이 있다 하겠다.
공사의 규모나 기술의 복합도가 비할 수 없이 크고 다양해지는 추세에서 업계의 전문화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건설업을 일반공사와 특수공사업 및 단종공사업으로 분류한 것은 하나의 큰 진전이라고 보겠다.
가능하면 앞으로도 전문화 부문을 더욱 세분하여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기술진보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낭비와 부실공사의 온상이 되어온 도급체제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양성화도 불가피할 것이다. 다만 법규정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현실적인 계열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여타의 가능한 정책지도도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더 효율적임은 물론이다.
이런 여러가지의 법적·행정적 규제나 지도가 실효를 얻으려면 정부의 일관된 방침으로 꾸준히 밀고 나가는 지속성이 필요할 것이다.
건설업계가 보다 안정적인 경쟁체제를 확립하는 것은 결국 자원이용의 효율화에 기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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