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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차관의 문호확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제수지악화에 따른 외환수급압박을 완화키 위해 정부는 원리금 상환조의 현금차관은 물론, 내자조달·선불금·수수료·기술료·건설공사 자재 구매용 등에도 현금차관도입을 허용키로 했다.
75년의 국제무역 규모가 물량기준으로 5%나 축소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지금, 대외의존도가 75% 수준에 이르는 우리의 실정에서 수출 「드라이브」정책이 벽에 부딪치고 있는 것은 어찌 할 수 없는 일이다. 대미·일 수출의존도가 너무 높아 이를 철회하기 위한 시장다변화정책이 그동안 강력히 추진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국제무역 규모의 축소경향을 상실시킬 수는 없다.
물량수출의 감소 경향에 더하여 우리의 경우 수출경쟁력이 국내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약화되고 그에 따라서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되고 있어 국제수지사정은 2중의 압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대외관계를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가 하는 방법은 크게 보아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정부가 선택하고 있는 방법으로서 외자도입의 확대와 단기신용의 적극적인 활용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국내경제의 투자율축소·성장율 인하, 그리고 물가의 안정을 통한 균형회복 노력이다.
전자는 현재의 고통을 부채증가로 이월시키는 대신 사태의 지속적인 악화를 전제로 한다. 부채를 갚기 위한 부채의 축적은 물론이고, 부상도입 조건의 악화에 따른 부채관리의 애로가중까지도 감수해야하는 단기시책이다. 반대로 긴축과 내핍을 전제로 하는 후자는 현재의 고통을 이겨냄으로 장내의 안전성을 강화하겠다는 결의의 표현이다.
원칙적으로 말해서 국제수지악화가 1년 내외의 단기적인 성격의 것이라면 단기부채의 증가를 통해서 난점을 해소시키는 것이 옳다. 그러나 만성적이고도 지속적인 국제수지 악화라면 내핍과 긴축을 선택하는 것이 장내를 위해 바람직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국제수지상의 난국이 일시적인 것인가, 아니면 지속성을 가지고 있느냐를 판단키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님을 상기한다면 보다 성실한 정책검토가 요청된다고 아니할 수 없다.
EEC 연차보고에서 지적된바 있듯이 76년의 경기전망도 유동적인 요소가 크게 내포되어 있는 것이라면 73년 이후 계속되는 국제무역상의 혼돈을 우리가 너무 안이하게 평가해오던 경향은 마땅히 시정되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해마다 내년에는 세계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국내정책을 펴나갔으나 그것이 사후적으로 계속 또다시 내년을 기대하는 것이 되었음을 반성해야 한다.
우리의 외자도입은 계약 「베이스」로 이미 87억「달러」에 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단기부채까지 고려한다면 부채관리면에서 어떤 한계선을 예상해야하는 상황이 아닌가 정책당국은 신중히 경계를 평가하고 대처해야할 줄로 안다.
당국은 모든 요인을 고려해서 현금차관 도입을 확대하기로 결정했으리라 믿고 싶지만 ,국제수지사정이 지극히 어려운 때에 8%의 성장을 계속 추구하기 위해 반드시 높은 재정 성장율과 5천억원 이상의 재정적자를 무릅써야 할 것인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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