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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치기 힘든 마약김밥·빈대떡의 유혹 … 광장시장 잘못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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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양선희
양선희 기자 중앙일보
김회룡
김회룡 기자 중앙일보 차장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양선희
논설위원

광장시장 앞을 지나며 마약김밥과 빈대떡의 유혹을 느끼지 않을 도리는 없다. 이 시장 앞을 지나는 퇴근길엔 늘 이런 유혹을 느낀다. 이를 물리친다고 끝은 아니다. 마을버스를 갈아타려면 주변에 웬 떡볶이와 튀김을 파는 분식집이 그리도 많은지. 집집마다 한번씩 맛은 봐야 한다는 일종의 ‘탐구정신’과 식탐을 경계하는 ‘이성’의 다툼이 치열해진다.

 내 경우 살을 빼겠다는 의지가 꺾인 지는 오래이고, 유지만을 목표로 음식 조절을 했다. 그러다 지난해 쉽다는 다이어트에 도전했다가 지금껏 애를 먹고 있다. 물에 타 먹기만 하면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전환되는 걸 막는다는 다이어트 보조식품이 TV홈쇼핑에 나오기에 거금을 투자했다. 피자·치킨 등을 원 없이 먹는 장면에 홀려서. 그러곤 그동안 피했던 달콤한 디저트와 피자 등을 ‘야심 차게’ 먹었다. 하나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은 ‘먹으면서 체중을 유지할 길은 없다’는 것. 그 후 더덕더덕 붙은 살 빼는 것도 힘든데, 오랜만에 입맛에 붙은 그 달콤하고 맛있는 것들이 떨어지려고 하지 않아 괴롭다.

 최근 영국 BBC 뉴스는 피자·튀김 등 테이크아웃 업소가 많은 지역 사람들의 비만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지역 사람보다 두 배 높다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연구팀의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광장시장의 유혹처럼 눈에 보이는 음식을 탐하지 않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연구팀은 학교 주변의 패스트푸드점 영업을 제한하면 비만 퇴치에 도움이 될 거라고 제안했단다. 음식을 눈앞에서 몰아내 식탐 자체를 원천 봉쇄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선 다른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고 했다. 비만문제는 패스트푸드점의 존재를 따질 게 아니라 패스트푸드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견에 한 표를 던진다.

 음식산업을 규제해 식탐과 비만을 줄일 수는 없다. 있다 해도 다른 부작용이 더 커질 거다. 그런데 달고 기름진 고열량 음식, 소비자를 비만의 늪으로 밀어 넣는 음식들은 이제 더 방치하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 의지로 비만을 해소할 수 있었다면 과체중 27%, 고도비만 5%로 비만이 사회문제가 되는 지경까지 이르지도 않았을 거다. 특히 인스턴트·패스트푸드·거리음식처럼 값은 싸고 열량은 높지만 영양은 적은 음식으로 인해 주머니가 얇을수록 더 뚱뚱해지고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이젠 정책적으로 실천 가능한 비만 예방 매뉴얼을 마련해 알려주고, 좀 더 직접적으로 싼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부터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 당국과 업계가 머리를 모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론 ‘먹방’ 등을 통해 맛있는 음식이 지나치게 칭송받는 이 시대에 ‘음식 맛 덜어내기’ 운동이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맛있는 음식의 유혹은 너무 강렬하므로.

양선희 논설위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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