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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산 바라보며, 공연 즐기며, 글쓰기 배우며 커피 향에 빠져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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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천안시 불당동 카페거리는 밤 늦게까지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카페마다 독특한 커피 맛과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프리랜서 진수학

도시가 갑자기 커졌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 생산시설이 천안·아산 지역에 들어오면서 산업인력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수도권에서 온 사람이다. 이들은 하루 일을 마치고 동료들과 커피 한잔을 놓고 얘기하며 쉴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주말엔 가족과 함께 가벼운 나들이 겸 오붓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천안·아산에 예쁜 카페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10대 부촌에 드는 천안시 불당동에는 카페거리가 생겨났다. 저마다 색깔 있는 인테리어와 사연을 가진 카페 18곳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1년 새 매월 한 곳의 카페가 선보였다. 천안·아산 곳곳에 가볼 만한 카페가 여럿 있다. 유명 화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태조산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 지역 원주민과 대기업 직원들이 서로 소통하며 매주 공연 무대를 만드는 곳, 소설가가 주인인 커피숍에서는 글쓰기를 배울 수 있다. 개성 넘치는 카페들로 안내한다.

(1) 루아의 정원

그림을 전공한 신현옥(46·여) 주인장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 아트페스티벌, 독일 퀼른페스티벌에 작품을 전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주인장이 그려주는 크로키나 캐리커처는 덤이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루아’는 주인을 닮았다. 소녀의 느낌과 우아함을 동시에 갖고 있다.

 보라색을 한쪽 벽면에 배치한 인테리어와 다른 듯 같아 보이는 소파들, 청록색의 클래식한 커튼 등이 화가의 손길로 배치돼 하나의 작품처럼 보인다. 운이 좋으면 주인장의 그림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멜론 빙수는 꼭 맛봐야 한다.

041-522-5573

(2) 1380

카페 입구에 들어서면 웅장하게 서 있는 대형 기계에 놀라고, 기계 값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8000만원 정도 한다는 이탈리아 패트로치니 기계가 이 집의 대표 얼굴이다. 인테리어는 최소한 줄이고 고가의 기계를 투자해 커피 맛으로 승부를 내려는 성석현(34) 대표의 고집에 브런치 메뉴는 아예 없다.

 성 대표는 카페가 위치한 지번 1380을 카페 이름으로 썼다. 카페 이름을 뭐로 지을까 고민하는 것조차 번거롭게 여겼기 때문이다. 커피 맛을 내는 일에만 집중하고 싶었단다. 커피에서 재스민과 오렌지 향이 느껴지는, 매일 변하는 커피 맛이 이 집의 특징이다. 041-551-1380

(3) 코끼리 공장

안주형(33) 주인장이 수집한 피규어와 영화 포스터, LP 앨범 등엔 1970년대가 보인다. 4000여 점에 이르는 작품 중에 아톰이 있고 비틀스가 있다. 도시락을 흔들며 추억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70년대 감성에 흠뻑 젖을 수 있도록 꾸며진 내부 인테리어. 먼지 쌓인 골동품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추억의 물건들이 오감을 자극한다. 바닐라·장미·녹차·홍차 향을 사용해 직접 만드는 초콜릿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남의 손을 타지 않고 주인장이 직접 커피를 볶고 내린다. “뭐든 허투루 하고 싶지 않다”는 주인장의 선한 웃음 뒤에 고집이 보인다. 041-551-9952

(4) 애견 그림카페 멍

중앙대 캠퍼스 커플이었다는 부부는 조소를 전공했다. 미술학원을 운영하다 아내가 강아지를 사랑해 산책하기 좋은 곳이라는 이유만으로 불당동 카페 거리에 입성했다. 김민혁(38) 주인장은 뽀미·뽀송·하라의 든든한 아빠다. 여느 애견카페처럼 강아지들을 구경거리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이 카페는 강아지가 주인공이다. 다만 강아지를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커피를 내줄 뿐이다.

 김씨는 강아지 밥그릇에 그림을 그려 넣어주기도 한다. 강아지 키우는 사람들과 함께 놀기 위해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땄다. 041-569-2880

천안·아산 이색 커피숍

(1) 카페 앞 나무데크를 밟는 느낌이 좋은 카페 ‘M’

화가 이종각 선생의 성과 이름 끝 자를 따서 명명한 ‘리각 미술관’은 태조산을 바라보며 자연이 주는 행복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관람료가 따로 없는 미술관이라 카페 M을 연 이상원 디렉터는 예술 경영 매니저를 자청한다. 여름 페스티벌을 계획하는 등 다양한 문화 콘텐트를 개발 중이다.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문화를 함께 즐기겠다는 자신의 생각을 옮기는 중이다. 카페 M은 저녁에 귀한 맥주를 판매한다. 브루마스터가 만든 맥주다. 브루마스터는 우리나라에 30명도 채 안 된다.

041-565-3463, 천안시 유량동

(2) 여름에 더 예쁜 ‘하루 카페’

턴테이블과 LP판이 있고 숲 속 냄새를 마음껏 맡을 수 있는 하루 카페. 개성 있는 간판이 우선 눈에 뛴다. 그리고 함께 걷는 돌담길은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 카페는 여름에 오면 아주 예뻐요. 이름 모를 꽃들이 가득합니다.” 마치 동화 속 숲길에 와 있는 기분이다. 그릇 욕심이 많은 주부는 하루 카페 안에 놓여진 그릇에 눈길이 간다. 개성 있고 예쁜 그릇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뜨거운 불길을 견딘 도자기 속에 담긴 차는 시각·청각·미각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041-622-5585, 천안시 유량동

(3) 여류 작가의 만년필이 있는 ‘커피 스토리’

작가가 운영하는 커피 스토리. 신희연(53·여)씨는 “8년간 단 한 순간도 글에서 빠져나올 생각이 없었다”고 말한다.

 아산에서 소설을 쓰는 여류 소설가는 많지 않다. 문학나무 신인작품상 소설 부문에 이름을 내건 신 작가는 “내 인생의 굴곡이 글을 쓰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실내 중앙엔 큰 나무가 버티고 서 있다. 여린 신 작가가 힘들 때마다 의지하는 기둥이다. 신 작가는 큰 나무가 차지하고 남은 작은 공간에서 독서 토론을 기획하고 글쓰기를 가르친다. 041-533-8003, 아산시 권곡동

(4) 소통이 있는 ‘제이모닝 카페’

금요일, 유럽풍의 지중해마을에 있는 제이모닝 카페에선 박수·함성과 열정이 어울린다. 카페 이름과 같은 제이모닝이란 밴드가 공연한다. 제이모닝은 소통의 장이다. 삼성전자에 땅을 내준 주민들이 지중해마을을 꾸몄다. 지중해마을을 조성하면서 설립한 마을기업 (주)탕정산업의 김환일 총무이사는 “이 카페를 연 목적은 힐링”이라고 말한다. 손님들의 반응이 좋을수록 공연 시간이 늘어난다. 제이모닝의 리더 정진범씨는 "제이모닝은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라고 말했다.

041-547-7250, 아산시 탕정읍

장찬우 기자, 김진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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